최병욱 교수 |
11월에 들어서면서 벌써 일부에서는 연말 모임이 시작되고 있다. 2017년 올 한해도 또한 매우 다사다난했던 한해이다. 촛불시위, 정권교체 등 정치적인 이슈를 제외하고 올해를 가장 달군 키워드는 역시 4차 산업혁명이 아닌가 한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본 키워드는 지난봄 대선정국에서도 주요한 키워드기도 하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크게 사용되고 있지 않은 이 용어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대단하게 사용되고 있는가? 정치적으로 이용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아마도 우리 국민이 현시점에서 막연하게나마 경제발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에 변화를 갈망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이런 4차 산업혁명 정신을 우리가 잘 활용한다면 경제 및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미래의 인재를 어떻게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의 교육은 전통적으로 지(知), 덕(德), 체(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체, 덕, 지 교육으로 강조되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보다는 덕성이, 덕성보다는 건강한 몸이 필요한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필자는 체(體) 교육을 단순한 체력증진 교육의 의미를 확대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체력적으로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또한 몸이 익히는 교육도 중요하다. 단순히 머리로만 익히는 암기식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몸이 익히는 경험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사회 봉사활동, 산업체 현장실습과 같이 몸으로 익히는 교육의 필요성이 증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덕성(또는 인성)도 증진되고, 그러할 때 진정한 지식이 축적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몸으로 익히는 교육이 더 쉬워지고 있다. 소위, 메이커(Maker)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창작자를 뜻하는 '메이커'라는 개념은 2000년 초반에 미국에서 처음 나왔고, 이제는 초중고부터 대학과 일반인의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메이커 교육과 가장 비슷한 개념은 DIY(Do-It-Yourself, 자신이 직접 만들기)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메이커 교육은 ‘학생(메이커)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한 것을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직접 제작해보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도록 이끄는 과정중심의 프로젝트 교육’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메이커 교육 붐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초중고를 중심으로 메이커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는 ‘서울형 메이커 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예산 지원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은 조만간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커 교육의 필수 요소 중 하나는 메이커 스페이스이다. 즉, 창의적인 공간에서 학생들이 상상력, 창의성,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험, 제작, 창작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초중고에도 수준에 맞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설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지원할 전문가도 필요할 것이다.
대학들도 메이커 교육을 진화시킨 모습으로 도입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 사고 기법을 도입하여 주위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메이커 스페이스라고 할 수 있는 아이디어 팩토리와 같은 시설을 이용하여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메이커 스페이스는 보다 진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소위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스마트한 메이거 스페이스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단순한 3D 프린터 등의 제작 도구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한 생산과정을 갖춘 지능형 생산공장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다면 대학 교육의 수준은 새롭게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러한 시설을 제대로 갖추기에는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러한 노력을 하는 대학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최병욱 한밭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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