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리베스트 대표 |
▲배터리 덕후=김주성 리베스트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 때, 동기들로부터 '배터리 덕후'로 불렸다. 김 대표는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만하면서도,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큰 국제적으로 저명한 많은 논문을 게재했고, 카이스트 창의도전상 창의 부문, 카이스트 EEWS 사업기획경진대회 최우수상 그리고 한국공학한림원 차세대공학리더상 우수상을 받을 만큼 배터리 분야에서 자타공인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그는 학위과정 중 배터리에 푹 빠져 배터리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세상을 이롭게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젊은연구자였다. 실험실에 박혀 실험만 하던 그는 어느 날, 세계적 기업가인 일런 머스크, 손 마사요시, 마 윈의 이야기를 접하고, 연구자인 자신과 비교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연구자가 휘두르는 스윙이 나무젓가락으로 탁구공을 치는 작은 스윙이라면, 기업가의 스윙은 나무배트로 야구공을 치는 큰 스윙이라는 느낌"이라고 말이다. 김 대표는 나무배트로는 확률은 낮지만 홈런의 가능성이 있다고 굳게 믿었다. 기업가는 일반인이 진보된 기술을 값싸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상용화해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섬유로 배터리를 만들었던 논문을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해 보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 대부분이 말렸다. 하지만 김 대표는 회사를 설립한 이유를 자신이 만들어낸 기술이 세상에 의미 있게 사용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싶었다.
리베스트 임직원들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리베스트는 기술보증기금의 벤처기업요건을 충족했고, 심사를 통과해 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한 숨 돌렸지만, 회사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리베스트 식구들은 스스로 감봉을 제안했다. 어쩔 수 없이 월급을 대폭 삭감해 생활이 전보다 불편해졌지만, 연구원 모두 인내하며, 묵묵히 맡은바 최선을 다했다. 힘든 시기에 리베스트 임직원은 피땀 흘려 연구에 매진했다. 또 오직 기술력만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으러 다녔다. 이에 올 6월 KEPCO에서 주관하는 K-에너지스타트업에 김광석 책임 연구원이 주도한 개인용 공유 이동수단을 위한 급속충전 배터리 아이디어가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이에 자신감을 얻고 전국을 누비며 리베스트의 기술력을 알리고자 노력했고, 그로부터 한 달 뒤인 7월엔 Hyper-growth Investor인 벤처캐피털 FuturePlay로부터 3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하게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출시됐고,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루고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의 디자인과 성능을 동시에 충족시킬만한 배터리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시장에 적합한 배터리가 바로 리베스트의 리플렉스다. 리플렉스는 손으로도 쉽고,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다 보니 스마트워치와 헬스 밴드 등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기존의 얇은 카드형 플렉서블 배터리보다 용량도 크다. 기존의 딱딱하고 네모난 배터리를 사용한 웨어러블 기기가 디자인에 한계를 보였다면, 리플렉스를 사용하면 기존 제품의 디자인 한계를 허묾과 동시에 카드형 플렉서블 배터리로는 부팅조차 불가능 했던 스마트워치를 작동시키기에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다. 나아가 리플렉스는 충전, 방전하면서 동시에 굽힐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고, 안전하며, 굽힘 신뢰성과 내구성도 뛰어나다. 스마트워치 기준으로 하루에 7~8번 착용한다고 가정할 때, 2년 이상 배터리 성능의 문제 없이 안정적인 용량을 구현한다.
여기에 최근 마하 플로우(Mach Flow)라고 이름 지은, 충전이 기존에 2~3시간 정도 걸리던 전기 자전거용 배터리를 15분 만에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 배터리를 개발했다. 한 번 충전에 대도시 내의 버스정류장 기준 15~25 정거장 정도의 거리인 10~15km정도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수명이 길어 설치 후 3~5년간 별도의 배터리 관리가 필요 없고, 배터리의 사용 온도 범위도 넓어 대한민국 어디서든 여름과 겨울에도 끄떡없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가령 대전의 공공 자전거인 '타슈'에 이런 기술이 접목된다면, 노인층이나 더운 여름날 화장한 직장 여성이라도 적은 힘으로 손쉽게 버스나 택시 대신해 가까운 거리를 스스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김주성 대표는 "리베스트의 기술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래에 작게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며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연구자 후배들에게 기업가가 매력 있는 길이라고 동기부여 할 수 있는, 그런 기업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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