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구원투수 고구마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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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구원투수 고구마는 억울하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7-11-12 11:13
  • 신문게재 2017-11-13 22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박사사진 수정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
고구마가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런데 일부 신문과 TV에서 고구마에 대한 비하가 심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범죄를 조사하면서 계속해서 밝혀지는 나쁜 사실을 두고 '고구마 넝쿨처럼'이란 표현을 기사제목으로 쓰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소통이 잘되고 가슴이 시원할 때는 '사이다'라고 하면서 답답할 때는 "고구마"로 표현한다. 21세기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고구마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는 못할망정 고구마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대통령, 일하지 않는 국회와 위원회를 두고 식물대통령, 식물국회, 식물위원회로 이야기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식물은 인류가 당면한 식량, 의약품, 각종 산업소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산소를 제공하는 매우 고마운 존재이다.

고구마는 조엄 선생이 영조 39년(1763년) 10월초 조선통신사를 이끌고 첫 기항지인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발견하고 부산으로 도입하였다. 당시 조선은 흉년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동래부사, 경상도 관찰사를 역임한 조엄 선생의 백성사랑은 그가 저술한 사행록 '해사일기'와 범어사 입구의 '조엄 감사 송덕비'에 잘 기술되어 있다. 해방이후 식량이 부족한 보릿고개 시절에 고구마는 정말 구황작물로서 소임을 다하였다. 산업역군으로 오늘의 한국이 있게 한 어르신들이 많은 고생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것은 고구마 덕분이라 생각된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가난한 사람은 식량으로서 고구마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고구마는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되어 쌀, 감자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2007년 식품영양단체인 미국 공익과학단체(CSPI)는 고구마, 방울토마토, 저지방우유, 브로콜리, 자연산 연어 등 건강에 좋은 10가지 슈퍼 푸드를 선정했다. 슈퍼 푸드란 보통 맛이 있어야 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며 오랫동안 검증된 음식물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고구마를 첫번째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고구마가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칼륨이 많기 때문이다. 고구마의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은 모든 고구마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C와 비타민E(토코페롤)을 비롯하여 황색을 띠는 색소인 베타카로틴과 자색의 안토시아닌 등이다. 항산화물질은 질병과 노화에 원인이 되는 활성(유해)산소를 없애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구마는 노화방지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구마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와 대장암 예방뿐 만아니라 음식(전분)을 섭취한 후 소화되는 과정에서 천천히 혈당이 올라가기 때문에 당뇨환자와 비만인 사람에 권하는 탄수화물이다. 고구마의 당화지수는 현미와 비슷한 55로 감자와 쌀 90보다 낮다.

2008년 미국 농무부(USDA)는 감자, 고구마, 카사바, 옥수수, 사탕무 등 대표적인 전분작물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조사했는데 고구마가 가장 높았다. 고구마는 옥수수 보다 단위면적당 탄수화물 생산이 2.3배 높았으며, 식량수급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척박한 토양에 가장 적합한 바이오에탄올 작물로 평가되었다. 고구마는 전분작물 가운데 재배할 때 물을 가장 적게 필요로 하며 장마에 의한 토양유실도 적고,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에 가장 강한 작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고구마 재배에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고구마는 껍질 채 생으로 먹을 수 있으며 잎, 줄기를 포함하여 모든 부위를 채소나 사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런 고구마의 특징을 '마션(The Martian)'의 영화감독이 알았더라면 우주에서 감자가 아닌 고구마를 재배하였을 것이다. 실제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일본 항공우주국(JAXA)은 일찍이 고구마를 우주식품으로 선정한바 있다.

현재 세계 인구 약 75억 명 가운데 약 10억 명이 식량과 영양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1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을 소비하면 2050년은 지금의 1.7배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도 소득이 증가하면 육류섭취가 늘어날 것이고 산업화로 농지를 훼손할 것이다.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는 농업생산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가축사료를 포함)은 24%로 국가 식량안보를 매우 위협하는 수준이다. 미래는 돈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21세기 보릿고개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구마는 21세기 글로벌 구원투수로 등장할 수 있다. 땅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척박한 토양을 대상으로 고구마를 대량재배 할 필요가 있다. 고구마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4개월 이상이면 고위도에서 오히려 수량이 많음이 입증되고 있다. 필자는 25개 자연과학 출연연구소를 지원, 육성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원하는 다학제 융합클러스터사업의 일환으로 '고구마 기반 글로벌 식량자원 및 바이오소재 생산기술' 기획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고구마가 21세기 구원투수로 등극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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