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과돌의 노래. |
『처마 위로 잿빛 구름이 강처럼 흘러갔다. 상처를 감추듯 달을 지우며 흘러갔지만 제대로 지워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진 아픔도 강물처럼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물처럼 산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물은 고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우성치고 부서진다. 얼마나 더 아우성치고 부서져야 고요해질 수 있을까. 고요해지면 편안해지기는 할까.』붙박여 서서 흐느끼는 남자의 울음을 들었다. 기척을 내면 민망해 할지도 몰라, 조용히 지켜보던 온요의 독백 -258p
김영미 장편소설 '징과 돌의 노래'는 묘청의 난 시기 고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로 서경(평양)천도를 놓고 개경파와 서경파가 대립하던 고려 인종 12년, 개경파의 수장인 김부식의 아들 돈후와 서경파의 자금을 담당하는 운석의 양딸 온요, 혁명가 정지상의 아들 정운, 고려와 섞일 수 없는 오랑캐 나란, 상처를 안고 살던 네 젊은이가 만나서 사랑하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내용이다.
기자와 편집자에서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소설을 쓰게 됐다고 밝힌 저자의 의도대로 혼란한 세상속에서도 사랑의 끈을 놓지않는 청년들의 삶이 소설속에 잘 녹아있다.
'징과 돌의 노래'는 고려가요 '정석가(鄭石歌)'의 제목을 우리말로 풀어냈으며 역사와 픽션과 로맨스가 적당히 버무렸다. 세 남자와 한 여자가 부모의 정치적 관계와 신분으로 인한 갈등구조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징(鄭,鉦)이여 돌(石)이여 지금 계시옵니다./징이여 돌이여 지금 계시옵니다./버석대는 가는 모래 벼랑에 군밤을 심어/움과 싹이 돋거든 임을 잊으리다/옥으로 연꽃을 새기고 바위 위에 접을 붙여/꽃 세 묶음이 피어나거든 임을 잊으리다/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 끊어지리까/천년을 외로이 살아간들 믿음이 끊어지리까』정석가中
김영미 장편소설 '징과 돌의 노래' 1권 엇갈린 사랑/시간여행/1만 3000원/전 3권 완간예정
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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