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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을 할 때마다 나는 원장실이 있는 요양원 1층에 배치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본의아니게 원장님의 하루 일과를 자연스럽게 볼 때가 종종 있곤 하였다. 환자들을 대하시는 모습이며 간호조무사들과 요양보호사들을 대하시는 모습과 보호자들을 대하는 모습까지 보면서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병실은 환자들의 식사를 챙기기에 바빴다. 제 시간에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여러 명의 환자들의 식사를 다 챙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자 먹지 않으려고 하는 환자에게 죽을 떠먹이는 요양보호사의 모습을 보신 원장님은 "억지로 환자에게 이렇게 죽을 드리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조용하면서도 힘이 있는 목소리로 미소를 지으시며 요양보호사에게 물으셨다.
"아니, 죽이 식을까봐요. 식사시간에 맞춰서 식사를 하시는 게 맞을 거 같아서요"라고 대답하는 요양보호사에게 원장님께서는 "우리가 먹기 싫은데 억지로 입에다 밥을 막 집어 넣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나두었다가 후에 데워서 드시게 하세요."
일일이 병실을 돌아다니시면서 환자들을 살피시고 실습생인 나에게조차도 힘들지 않냐며 말을 걸어주시곤 하셨다.
토요일은 보호자들이 환자들을 만나러 오는 날이어서 요양원에 오셨다가 원장님과 상담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공교롭게도 하루 종일 행정일로 앉아서 간호조무사님들과 일을 하며 원장님께서 보호자분들을 대하시는 모습을 다 지켜보게 되었다.
원장님께서는 오시는 보호자님께 손수 커피를 내려드리고 또 연세가 드신 보호자님께는 주스를 따뜻하게 데워서 드리며 정성껏 대하시고 가실 때는 일일이 엘리베이터까지 나오셔서 안내하시며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까지 하시고 다음 보호자님과 상담을 이어가셨다.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원장님께서는 불이 나면 몸을 못 가누는 환자들을 위해 대피하지 말고 환자들을 돌보며 몸보시(불교에서 제1의 덕목으로 자비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조건 없이 주는 것)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간호과장님을 말씀을 듣고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에 존경심까지 들었다.
이곳 요양원에는 원장님을 존경하며 그대로 행을 실천하는 또 한 분이 계셨다. 그 분은 간호조무사 일을 하시는 분인데 이 날 하루 종일 같이 일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일을 하시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이분 또한 환자들을 돌보시는 모습과 보호자들을 대하시는 모습, 요양보호사들을 교육시키시는 모습 등 원장님 못지않은 모습을 보이셨다.
환자들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기억하시고 계시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할 정도로 하나하나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기시고 계셨다.
원장님께서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시고 계신 분이셨고 간호조무사님은 일을 하시면서 그때그때의 일을 꼼꼼히 기록도 하시며 특이할만한 일은 실습생들에게 일일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시는 분이셨다.
그래서일까? 내가 실습 나오는 이 요양원은 들어오려는 환자들이 많으셨다.
다른 곳에서 실습을 하는 실습생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곳 원장님께서도 일에 사명감을 가지시고 요양원을 운영하신다고 하였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이 이곳저곳에서 잘 운영하고 계시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누구나 할 수 없는 좋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환자를 돌보시고 실습생인 우리들에게까지도 친절히 대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앞으로 사회복지사로서의 밝은 나의 모습을 그려보는 하루였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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