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 사랑이 쓰러졌다!

  • 문화
  • 문화 일반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 사랑이 쓰러졌다!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 승인 2017-11-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감나무
'휘리릭?휘리릭? // 늦가을 찬바람이/ 마지막 남은 감나무 잎새로/ 시나브로 다가서더니/ 기어히 마지막 남은 홍시감 하나/ 툭- 하고/ 힘 없이 떨어진다/ 얼마 전 / 오색단풍에 쌓여/ 건강한 생명력을 보이더니/ 힘없이 호홉 다한 듯/ 마당 귀퉁이에 툭하고 떨어졌다// 답답한 맘 달래려 / 병원 앞 콩나물식당에 들렀다/ 주모, 여기 소금보다 짜고/ 눈물보다 더 쓰다는 막걸리 한 되 주시오!/ 그리고 오늘 술값은 외상이오// 휘리릭? 휘리릭? / 늦가을 찬바람이 / 참으로 서럽게 서럽게도 가슴을 뉘이며/ 눈물 강으로 지나간다//' -자작시 '사랑이 쓰러졌다' 全文

지난주 찬바람이 골목길을 뉘이더니 기어히 마지막 남아있는 잎새 위 홍시감을 떨어트리며 '사랑'을 쓰러트렸다. 당황함과 슬픔을 억누를 길 없이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흐른다. 아! 이를 어쩌랴…?

지난 1982년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35년 전 사랑이를 만났다. 학교를 막 졸업한 단말머리를 만나 철없이 서울 성북구 월계동에 오붓한 신혼의 삶 둥지를 틀었다.

세모진 월세방 밥상 대신 신문지를 방바닥에 깔고 밥 한 술 뜨고는 우리는 집 앞 낙엽 떨어진 둑길을 걷곤 했다. 손을 잡고 걸으며 시인 '구르몽'의 시 '낙엽'을 낭송하곤 했다.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中略)'

꿈만 같았던 신혼의 세월 1년여만에 우리 닮은 첫 공주를 얻었다. 그로부터 둘째 공주와 왕자를 얻어 든든한 삼겹을 포함 다섯 가지가 오붓하게 살았다. 비록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셋방에서 오손도손 살아왔다. 사는 형편이야 궁색하지만 나름데로 가난한 날들 행복한 35년의 보금자리였다.

본디 욕심없이 풍류를 즐기던 필객(筆客)으로 주유천하를 일삼으며 풍미하는 사이에 사랑이는 외로움과 고독함, 그리고 세 가지를 보듬고 키우느라고 피골이 상접하여 가난에 찌들어 갔다.

흐르는 세월따라 어리기만했던 세 가지는 벌써 그리 성장하여 배필을 만났다. 한 가정, 한 가정 좋은 짝을 만나 저마다 보금자리를 보듬으며 이제 다정한 행진곡을 연출하나 싶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사랑이 쓰러지다니…?'

차라니 죄 많은 이내 몸을 뉘어야지? 어찌 그리도 호박잎처럼 여리고, 민들레처럼 착한 사랑이를 쓰러트린단 말인가? 아직 살아갈 날이 좁쌀보다 많고, 고운 노래소리로 주변을 행복하게 해야 할 날이 그리도 많은데 말이오?

내일은 불같이 일어나는 청운의 뜻이 담긴 이 영산홍 꽃을 사랑이 머리맡에 놓아주자. 그리하여 얼른 불같이 일어나도록, 저 화려한 영산홍으로 환하게 안겨주자.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여기 안달래 반달래 이 가지 저 가지 노가지나무 진달래 왜철쭉 한 아름 바치노니 불 같이 일어나거라! 모란 작약 철쭉을 세우(勢友)라! 화목구품(花木九品)중 이등품 세종 때 강희연이 이르던 꽃이요.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그대는 사랑 중에 으뜸 내 사랑이라오!

김우영 작가·대전중구문학회 회장

김우영 작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1. 유성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관상 수상 쾌거
  2. 대전소방본부 나누리동호회 사랑나눔 '훈훈'
  3. 대전 중구, 민관 합동 아동학대예방 거리캠페인
  4.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목 잡아라... 업계 케이크 예약판매 돌입
  5. 천안시 쌍용3동 주민자치회, '용암지하도 재즈에 물들다' 개최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 보훈문화 선도도시로’ 호국보훈파크 조성 본격화

대전시와 국가보훈부가 업무협약을 통해 호국보훈파크 조성에 본격 나선다. 양 기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 보훈터에서 보훈복합문화관 조성과 보훈문화 확산이라는 공동의 비전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주요 협약 내용으로 대전시는 보훈복합문화관 부지 조성, 지방비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국가보훈부는 보훈복합문화관 조성 국비와 보훈문화 콘텐츠 등을 지원해 보훈의 가치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 마련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약..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겨울철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 폭증… 제품 하자와 교환 등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자 전기매트류 소비자 상담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10월 상담은 5만 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4만 4272건보다 13.6% 늘어난 수치다. 이중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전기매트류로, 9월 22건에서 10월 202건으로 무려 818.2%나 급증했다. 올해 겨울이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자 미리 겨울 준비에 나선 소비자들이 전기매트류를..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 "공부하는 도의회, 달라졌다" 이례적 극찬

충남도공무원노조가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두고 이례적 극찾을 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공무원노동조합은 25일 '진짜 확 달라진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논평을 내고 2024년 행감 중간평가를 했다. 노조는 논평을 통해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며, "도민 대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며 과거 과도한 자료 요구와 감사 목적 이외 불필요한 자료 요구, 고성과 폭언을 동반한 고압적인 자세 등 구태와 관행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충남노조는 "사실 제12대 도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백일해 예방접종 하세요’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