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과학부 이상문 기자 |
대전시는 지난달 31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1금고에 KEB하나은행, 2금고에 NH농협은행을 선정했다. 대전시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던 KB국민은행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쓴 맛을 봤다. 이외에도 우리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 시금고에 관심을 가졌던 은행들도 조용히 입맛만 다셨다.
대전시금고는 KEB하나은행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퇴출된 충청은행을 인수한 후부터 지금까지 맡아오고 있다. 농협도 복수금고로 나눠진 2008년부터 현재까지 2금고를 맡아오고 있다. 그만큼 새롭게 도전하는 은행들에게 금고의 문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비단 대전시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의 지자체 중 금고가 변경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신규 금융기관들이 시금고 은행으로 진입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 시금고 평가의 전체 점유율 중 20%를 차지하는 주요 경영지표 현황이 양호한 경우 전부 만점으로 처리돼 금융기관별 변별력이 없다. 또한 관내 점포 수에는 단위 농협이 포함되지만, 주요경영지표현황에는 지역농협이 경영지표에 반영하지 않고 평가를 하고 있다. 둘 다 포함시키던지 말아야 한다. 지역사회 기여실적은 신규 은행 진입을 더 힘들게 한다. 대전의 경우 올해에는 기존 실적만을 갖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기존 시금고 은행의 지역사회 실적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협력사업 계획 부분도 기존 금고에 유리할 수 있는 정성평가 배점이 25점이나 되고, 협력사업비를 평가하는 배점은 4점에 불과하다. 신규 진입은행이 협력사업비를 더 많이 제안해도 그 점수차가 미비하다. 그외에도 많은 부분이 있다.
기존 금고거 '잘했다', '못했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들 간 금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그만큼 이득을 얻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금고 입성을 위해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금고 은행들도 긴장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면 신규 진입을 노리는 은행으로서는 포기하기가 더 쉽다.
시중은행들이 최고 이익을 내고 있지만, 사회공헌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지난해 4대 은행의 평균 사회공헌비 지출 비율은 평균 3%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KEB하나은행은 이익 대비 비용이 2.02%에 불과했고, 신한은행 역시 2.11%에 그쳤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5%대에 머물렀다.
시금고 유치를 위한 시중은행간 과당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은행이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는 않는다. 신규 진입을 노리는 은행에게 문턱을 조금 낮춰 줄 필요가 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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