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바 유가 좋아하는 100편의 영화 속 장면을 골라 그림을 그렸고 작가 겸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가기와다 게이스케가 좋아하는 대사를 뽑아 본인만의 해설을 담았다. 한글로 번역된 대사와 원어 대사를 적고 본인의 해설과 함께 영화에 관한 짧은 소개를 담았다. 그리고 글 옆에 영화의 한 장면을 검정색 펜으로 간결하게 나타낸 나가바 유의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그의 일러스트는 영화 장면의 상황과 인물의 특징을 포착해 일정한 검정 라인으로 묘사해 유치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간결하고 독특하다. 책의 구성상 시작부터 읽어내려 갈 필요 없이 좋아 하는 영화에 관련된 부분을 먼저 읽을 수 있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이 책은 '청춘을 노래하는 영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보는 영화',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영화', '가족이 그리워지는 영화',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고민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영화' 이렇게 여섯 개의 테마로 구성된다.
저자가 100편의 영화에서 선정한 대사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I'll be back' 같은 폼나고 멋진 영화대사가 아니다. 선정된 대사는 그가 영화를 통해 느끼는 사회적 통찰과 관련한다. 선정된 영화대사 만을 보고 감흥을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풀어 그가 제시한 해설을 보면 세상을 보는 따스한 시선과 보편적인 인간적 고뇌, 짧고 강한 비판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몇 장 넘겨보면서 작가는 왜 제목을 '그렇게 어른이 된다'라고 정했을까 의아했다. 아마도 저자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낄 감정들을 여섯 개의 테마로 제시하고 주제에 드라마틱하게 맞아 떨어지는 영화 대사를 토대로 간접적 자각을 통해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소개된 100편의 영화 중 48편을 본 듯하다. 좋아했던 영화도 있고 제목만 아는 영화,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영화도 있다.
책표지의 일러스트는 영화 레옹의 한 장면이다. 저자는 영화 레옹에서 마틸다가 "사는 건 늘 이렇게 힘들어요? 아니면 어릴 때만 이런 거예요?"라고 묻자 레옹은 "늘 힘들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의 대사를 소개했다. 아이에게 좀 더 희망적인 대답을 해줄 수는 없었느냐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그의 답변은 짧고도 강렬하다. 처음 표지를 봤을 때 필자도 이 대사를 떠올렸으니 저자와 가장 공감하는 대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크나큰 감동을 얻기 원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즐거움에 만족을 느끼는 이도 적지 않다. 너무 무겁지 않은 영화를 골라 가볍게 즐기고 영화가 던진 메시지에 한번쯤은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더없는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100편의 영화에서 발췌한 대사를 본인만의 감각으로 해설을 담은 후 도입부와 마지막 장의 한 켠을 빌어 '여기에 담지 못한 101번째 작품을 당신의 손으로 채워주길 바란다'며 자신의 바람을 잊지 않고 적고 있다.
김진(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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