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영화 대사로 세상 바라보기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읽기]영화 대사로 세상 바라보기

-그렇게 어른이 된다/가기와다 게이스케 글 · 나가바 유 그림/나른한곰/2017-

  • 승인 2017-11-09 12:08
  • 신문게재 2017-11-10 9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표지) 그렇게 어른이 된다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책을 곁에 두고 살지 않았던 이들이 선뜻 손에 책을 잡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책을 읽고 싶지만 사정상 어렵고 문화생활은 즐기고 싶다는 이들에게 영화는 두 어 시간의 투자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문화매체가 아닐까 한다. 네트워크와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영화는 극장을 찾지 않아도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나홀로' 혹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친근한 즐길 거리가 됐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바 유가 좋아하는 100편의 영화 속 장면을 골라 그림을 그렸고 작가 겸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가기와다 게이스케가 좋아하는 대사를 뽑아 본인만의 해설을 담았다. 한글로 번역된 대사와 원어 대사를 적고 본인의 해설과 함께 영화에 관한 짧은 소개를 담았다. 그리고 글 옆에 영화의 한 장면을 검정색 펜으로 간결하게 나타낸 나가바 유의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그의 일러스트는 영화 장면의 상황과 인물의 특징을 포착해 일정한 검정 라인으로 묘사해 유치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간결하고 독특하다. 책의 구성상 시작부터 읽어내려 갈 필요 없이 좋아 하는 영화에 관련된 부분을 먼저 읽을 수 있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이 책은 '청춘을 노래하는 영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보는 영화',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영화', '가족이 그리워지는 영화',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고민을 날려 버릴 수 있는 영화' 이렇게 여섯 개의 테마로 구성된다.



저자가 100편의 영화에서 선정한 대사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I'll be back' 같은 폼나고 멋진 영화대사가 아니다. 선정된 대사는 그가 영화를 통해 느끼는 사회적 통찰과 관련한다. 선정된 영화대사 만을 보고 감흥을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풀어 그가 제시한 해설을 보면 세상을 보는 따스한 시선과 보편적인 인간적 고뇌, 짧고 강한 비판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몇 장 넘겨보면서 작가는 왜 제목을 '그렇게 어른이 된다'라고 정했을까 의아했다. 아마도 저자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낄 감정들을 여섯 개의 테마로 제시하고 주제에 드라마틱하게 맞아 떨어지는 영화 대사를 토대로 간접적 자각을 통해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소개된 100편의 영화 중 48편을 본 듯하다. 좋아했던 영화도 있고 제목만 아는 영화,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영화도 있다.

책표지의 일러스트는 영화 레옹의 한 장면이다. 저자는 영화 레옹에서 마틸다가 "사는 건 늘 이렇게 힘들어요? 아니면 어릴 때만 이런 거예요?"라고 묻자 레옹은 "늘 힘들지"라고 대답하는 장면의 대사를 소개했다. 아이에게 좀 더 희망적인 대답을 해줄 수는 없었느냐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그의 답변은 짧고도 강렬하다. 처음 표지를 봤을 때 필자도 이 대사를 떠올렸으니 저자와 가장 공감하는 대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크나큰 감동을 얻기 원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영화가 보여주는 즐거움에 만족을 느끼는 이도 적지 않다. 너무 무겁지 않은 영화를 골라 가볍게 즐기고 영화가 던진 메시지에 한번쯤은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더없는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100편의 영화에서 발췌한 대사를 본인만의 감각으로 해설을 담은 후 도입부와 마지막 장의 한 켠을 빌어 '여기에 담지 못한 101번째 작품을 당신의 손으로 채워주길 바란다'며 자신의 바람을 잊지 않고 적고 있다.

김진(한밭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아산소방서, '불조심 어린이 마당' 수상학교 시상
  5.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