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재미있는 말, 와이로(蛙利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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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재미있는 말, 와이로(蛙利鷺)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07 09:50
  • 수정 2017-11-07 10:31
  • 김용복 / 극작가김용복 / 극작가
와이로(蛙利鷺) 아시죠?

부정한 의도로 타인에게 뇌물을 주어 실속을 챙기려고 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일본말이라구요? 그럼 보세요.

고려 명종 때 이야기랍니다. 임금이 어느 날 야행(夜行)을 나갔다가 산중에서 날이 저물어 방황하고 있는데 요행히 민가를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청했답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집이 누추하고 대접할 음식도 없으니 조금 더 가면 주막이 있으니 그리고 가라고 했답니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리려 하는데 그 집 대문에 붙어있는 '蛙利鷺 唯我無蛙 人生之恨(와이로 유아무와 인생지한) 라는 글이 임금의 궁금증을 자극했답니다.

해석해 볼까요? '개구리는 백로의 먹이인데, 나는 개구리가 없는 것이 오로지 인생의 한이다'라는 말이지요.



왕은 글의 뜻은 해석할 수 있었지만 개구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주막에 도착한 왕은 주모에게 그 외딴집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주모는 그가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고 실의에 빠져서 책만 읽는 만년 서생이라 했습니다.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왕은 다음날 아침에 그 집으로 가서 대문에 써 붙인 글귀의 의미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집주인의 말 옮겨보겠습니다.

"옛날,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듣기 거북한 목소리를 가진 까마귀가 살고 있었는데,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을 까마귀가 보고 자신과 노래 시합을 하자고 청하면서 백로(白鷺)를 심판(審判)으로 세우자고 했습니다. 꾀꼬리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노래를 잘 하기는커녕 목소리 자체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자신에게 노래시합을 제의하니, 가소로운 마음이 들었지만 시합에 응했고, 3일 동안 목소리를 정성스럽게 가다듬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노래시합을 제의한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하지 않고 논두렁을 돌아다니며 개구리를 잡아다가 백로에게 뇌물로 주었습니다. 며칠 후, 꾀꼬리와 까마귀의 노래 시합에서 개구리를 뇌물로 먹은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아시죠? 뇌물의 위력. 잘만 쓰면 로또 복권 당첨이 문젭니까? 권력과 재물이 동시에 굴러들어오는 판인데. 그러나 적폐청산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아시쟎아요? 물불 안 가리는 적폐청산. 자 본론으로 돌아갈까요.

이규보는 자신은 남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도 과거에서 낙방한 이유가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손님에게 표현했던 것입니다. 뇌물로 바칠 재물이 없고, 고관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이 까마귀 무리에게 밀려 낙방한 이유를 한탄해서 대문에 써 붙였던 것이지요.

"와(蛙):개구리와. 이(利):이로울 이. 로(鷺):해오라기로. : 백로가 먹을 개구리"

임금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명종은 사람 볼 줄 아는 혜안(慧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비의 얼굴을 살펴보니 비록 산골에 살고 있지만 선비의 인품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비에게 등용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자신도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고 전국을 떠도는 떠돌이인데 며칠 후에 임시과거가 있다하여 개성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말하고, 집주인에게도 그 과거에 응시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한 다음 궁궐로 돌아와서 문신들을 채용하는 명경과(明經科)라는 과거시험을 치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시제(試劑)를 "唯我無蛙 人生之限"으로 하였습니다.

어떠신가요? 내년 6월에 지방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시려는 나리(?)들. 지금은 동면(冬眠)에 들어가 개구리를 잡기 어렵겠지만 내년 봄에는 동면에 들어갔던 개구리들이 나오겠지요. 그러나 그때 잡으려고 하면 너무 늦습니다. 왜냐구요? 너도 나도 개구리 잡으러 돌아다니는 후보들이 많아지니까요. 그러니, 자 어서 서두릅시다. 개구리 잡으러. 필자가 지켜보겠습니다. 누가 많이 잡나.

김용복 / 극작가, 칼럼니스트

김용복-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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