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반호정사 현판 50년만에 후손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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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반호정사 현판 50년만에 후손에게 돌아왔다

윤광안 선생 호를 붙여 만든 반호정사
겸재 정선이 그린 ‘임천고암’ 배경지
1960년대 도난 당한 뒤로 자취 감춰
유홍준 전 천장이 옥션 경매로 직접 구매
인연과 간절함이 더해져 50년만에 제자리

  • 승인 2017-11-06 15:35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윤석구 우리은행 대전지점 본부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윤석구 우리은행 대전충청남부 본부장 그리고 반호정사.


‘반호정사(盤湖精舍)’ 현판이 50여 년 세월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반호정사는 1800년 전후 충청도와 경상도 관찰사를 역임하고 낙향한 윤광안 선생이 충남 부여군 세도면 반조원리에 자신의 호를 붙여 지은 정사다. 겸재 정선이 그린 ‘임천고암(현재 간송미술관 소장)’의 배경지로 백마강을 내려다보이는 절경 중 절경이다.

반세기 만에 ‘반호정사’ 현판이 돌아온 것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결단과 윤광안 선생의 7대손인 윤석구 우리은행 대전충남영업 본부장의 정성이 결합 된 합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1960년대 초반 반호정사 현판을 도난 당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반호정사 현판을 보며 자랐던 윤석구 본부장의 맏형 윤석찬 씨는 문중을 지키는 막중한 책임 속에서도 늘 현판 부재를 가슴 아파했다.

올해 8월께 반호정사 일대를 수리하고 복원식 행사를 앞두고도 도난 당한 현판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윤씨 문중의 간절함은 곧 길을 찾았다.

복원식을 일주일 여 앞두고 당숙인 윤구중 씨가 정보를 찾기 위해 네이버에서 반호정사를 검색했고, 어느 1년 전에 작성된 게시글에서 반호정사 현판을 발견했다. 현판이 무사히 존재한다는 감사함에 이어 현판이 있는 곳은 더욱 놀라웠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서울 자택이었다.

윤 본부장은 유홍준 전 청장 자택에 입구에 있는 현판 사진을 찍어 임시현판을 만들어 반호정사 복원식을 치렀고, 이후 유홍준 전 청장에게 문중의 보물인 반호정사 현판 돌려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반호정사 현판은 유홍준 전 청장이 수년 전 옥션 경매에서 직접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여 외사면 반교리에 휴휴당(休休堂)을 짓고 살만큼 부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유홍준 전 청장은 반교리의 반(盤)자와 같은 반호정사 글자와 수려한 필체에 매료됐고, 이를 서울 논현동 자택 수졸당(守拙堂)에 걸어뒀다. 수년이 흘러 후손이 이를 발견하게 되는 우연과 우연이 이어졌다.

유홍준 전 청장에게 2달여 간 정성스런 이메일을 보냈던 윤석구 본부장은 드디어 지난 11월 2일 기다리던 답신을 받았다.

유홍준 전 청장은 “반호정사가 부여에 있다는 사실도, 파평 윤씨 문중의 소중한 유산인지도 몰랐지만, 후손의 요청에 당연히 문중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돌려주게 됐다”고 전해왔다.

윤석구 우리은행 대전충청남부영업본부장은 “반호정사가 돌아오기 며칠 전 당숙이 백마강의 호위무사인 대형 메기를 잡고 방생하는 일화가 있었기에 현판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님께서 경매로 구입 할 만큼 우리 집안의 현판이 소중한 유산이라는 사실에 기쁜 마음이 배가 되는 것 같다. 50년 만에 돌아온 조상님의 현판을 소중하게 모시겠다”고 밝혔다.

평소 윤석구 본부장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1권부터 10권까지 수십 번 읽을 만큼 열성팬이었다고 밝혔다.

도난 문화재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지만, 전 문화재청장이 구입하고 보관하다 타인이 아닌 후손에게 돌아온 일은 인연을 떠나 운명이라 부를 만 하다.

50년 만에 돌아온 반호정사의 현판은 지난 4일 시제(時祭)날 본래 자리에 모셔졌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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