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흡연으로 크론병 발생 과정 규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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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흡연으로 크론병 발생 과정 규명하다

배현수·김진주 경희대학교 교수 연구팀 규명
분자생물학적 규명 선구적 연구방법 본보기

  • 승인 2017-11-05 12:04
  • 신문게재 2017-11-06 11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주저자 - 배현수 교수
배현수 경희대학교 교수.
주저자 - 김진주 교수
김진주 경희대학교 교수.
전 세계적으로 매년 600만명의 사람들이 흡연으로 사망한다. 흡연은 호흡기질환의 주된 병인이고, 뇌혈관과 심혈관 질환 등 여러 가지 만성 질환의 주요 위험이다. 최근 흡연이 크론병의 위험 인자라는 임상·역학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흡연으로 대장 질환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기전은 불명확하다. 크론병은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으로, 크론병 환자는 심각한 병소 부분을 절개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흡연과 대장 질환의 연계성을 밝혀낸 연구팀이 있다. 배현수·김진주 경희대학교 연구팀이다. 이들은 흡연으로 인해 대장 질환인 크론병이 발생하는 과정을 규명해냈다. 대장염 환자의 금연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에 연구팀의 연구 과정과 성과를 들여다봤다.

연구성과 그림(쥐 대장길이)
흡연에 노출된 쥐는 대장에 염증이 생겨 대장 길이가 감소한 모습.
연구성과 그림(쥐 설사몸무게)
흡연에 노출된 쥐는 지속적인 설사로 몸무게가 줄어들고 있다.
연구성과 그림(쥐 염증)
흡연에 노출된 쥐는 대장 조직이 두꺼워 지면서 면역세포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염증성 대장염의 대표적인 특징으로서 흡연만으로도 대장염증이 발생함을 보여준다..
▲흥미로부터=배현수·김진주 경희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수년간 호흡기 질환을 연구하며, 만성 폐쇄성 폐 질환에 효능이 있는 한약 처방인 'PM014'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기술이전을 하는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 한약 효과에 관한 분자생물학적 효능연구를 진행해 왔다. 또 대나무 소재인 한약재 '죽여'가 만성폐쇄성 폐 질환과 크론병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했다. 그러나 호흡기질환과 대장질환이 함께 발생하는 이유가 불분명해 한약재의 효능 기전연구는 미흡했다. 한의학의 연구가 임상연구 및 한약 효능 연구에 집중돼 있고, 전통한의학 이론의 분자 생물학적 규명에는 집중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한의학의 호흡기와 대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기전 연구를 꾸준히 탐색했다. 문헌검색을 통해 임상적으로 흡연경험이 있는 환자에게서염증대장염(크론병 포함)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결과들이 간헐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연구주제가 서구 과학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소재임을 파악했다.



▲상관관계 증명=연구팀은 일반 실험용 쥐와 유전자 변형쥐를 담배 연기에 4주간 노출시켰다. 우선 흡연만으로 염증성 대장염이 발생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간접흡연으로 대장에 다양한 면역 염증 반응이 발생하며, 특정 면역세포인 Th1 세포와 단백질인 인터페론 감마가 유난히 증가함을 관찰했다. 이 특정 인자들이 흡연에 의한 대장염 유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Th1 세포가 유전적으로 결핍된 쥐와 인터페론 감마 분비가 안 되는 쥐를 이용해 똑같이 담배 연기에 노출시켰다. 이들 두 유전자 결핍 쥐는 대장염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흡연에 노출된 쥐 폐 근처의 Th1 세포를 분리해 흡연에 노출된 적이 없는 쥐에 이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정상적인 쥐의 대장에서 염증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간접흡연으로도 호흡기에 염증이 생기고, Th1 세포가 분비한 인터페론 감마 대장에 염증이 발생한다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이런 결과는 흡연으로 호흡기 염증 질환이 발생해 특정 면역세포들이 대장으로 이동했고, 이동한 면역세포가 대장염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연구성과 그림2
▲대장염 치료 가능성 제시=이 연구는 한의학의 장상학설에서 폐와 대장이 생리·병리학적으로 연결된다는 이론을 최신면역학 연구기법으로 규명해냈다는 데에서 획기적이다. 장상학설은 인체에 나타나는 생리·병리적 현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각 장부의 생리 기능 병리 변화 및 장부 간의 상호 관계를 설명하는 한의학 이론으로, 음양오행·경락학을 근거로 하고 있어서 현대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성과를 통해 흡연으로 크론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전을 세계 최초로 증명해냈으며, 최신 면역학적 기법을 적용해 한의학 장상학설 이론을 분자·세포 수준에서 밝혀내면서 높은 성과를 이뤄냈다. 연구팀은 "연구 성과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흡연과 대장염과의 관련성을 규명한 것으로, 크론병과 같은 난치성 대장염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며 "한의학의 생리·병리학 이론을 분자생물학적으로 규명한 선구적 연구 방법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배의 다양한 독성 화학 물질 중에서 대장 염증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며 "미세먼지, 꽃가루, 곰팡이 등의 다른 흡입물질도 담배 연기와 같은 방식으로 대장질환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 규명도 또 다른 관심 분야다. 전통 한의학이론에 대한 현대 의학, 과학자들의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한의학 연구 활성화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적인 학술지 첨단면역학회지(Frontiers in Immunology)에 지난달 31일자 논문으로 게재됐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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