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의 목적'은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다.
시작부터 영화는 야하다. 고등학교 영어교사 유림(박해일)은 미술 교생 홍(강혜정)에게 영화 시작부터 추파를 던진다. 유림이 학교 벤치에 앉아 뜬금없이 "젖었죠?"라고 묻는 행동을 보면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는 유림이 홍에게 들이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홍에게 남자친구가 있음을 알고도 뻔뻔하게 접근한다. 본인도 연인이 있는데 말이다. 씬 중 회식자리에서 단 둘만이 남아 조개탕을 먹는 장면은 유림의 강력한 첫 번째 작업 중 하나다. 홍이 술에 취해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영화의 명장면이다. 야하지 않게, 적당하게 담은 이 장면은 관람객마저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든다. 청소년관람 불가 영화지만 이들의 행동들을 고급스럽게 담아냈다.
"같이 자고 싶어요!" 술에 취한 유림은 홍에게 직설적으로 다가선다. 화려한 언변으로 홍의 마음을 잡아보려 애쓰지만 이내 거절당한다. 유림은 이에 그치지 않고 모텔을 가리키지만 무용지물이다.
지속적인 유림의 행동에 불쾌함을 느낀 홍은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홍의 지인이 유림의 여자친구와 지인이란 점을 이용한다.
홍은 이를 이용해 유림의 행동을 저지하려 하지만 오히려 교사란 직위를 통해 교생인 홍을 꼼짝 못 하게 만든다. 홍의 업무 지원을 뚝 끊는가 하면 밥을 먹거나 대화를 나눌 때 입을 닫고 귀를 막아버린다. 자신이 한 살이나 많지만 늦은 나이에 교생을 시작한 홍은 어쩔 수 없이 유림을 맞춰주기 시작한다.
치근덕거리기만하던 유림이었지만 함께 있을 때 만큼은 편안함을 느낀 홍은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일반 연인들의 겪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들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감정을 커져만 가고, 둘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음을 직감한다. 각자의 살길을 찾을 것인지, 직장을 다시 잡을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고민의 끝엔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 숨어있다. 이 또한 흥미진진하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감칠맛나게 살려주는 건 OST다. 잔잔한 OST는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표현해주는 대변인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2005년 세상에 나와 20~30대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땐 뭐 저런 놈이 다있냐고 생각하겠지만 12년이 흐른 지금 보면 남다르다. 묘한 매력 있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영화의 목적은 당시 애인을 두고 바람피는 인간이란 세상의 편견을 '이 또한 사랑이다'로 정의한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더킹의 메가폰을 잡은 한재림 감독의 데뷔작으로 지금 영화를 보더라도 촌스럽거나 불편하지 않게 감정의 파도를 잘 담아낸 작품이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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