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소소한 만남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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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소소한 만남의 행복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7-11-03 00:00
  •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함깨
게티 이미지 뱅크

예전에 선배들이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세월의 지나감이 덧없이 느껴진다"라는 말을 할 때, 그 의미를 솔직히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런 말을 들으면 그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나 스스로 이제 나도 세월의 아쉬움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가까운 선배 교수님과 얼마 전 글을 통해 소개했던 '그냥친구'인 교수님과 저녁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미리 약속을 한 것이 아니라 불현 듯 생각이 나서 통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저녁을 먹자는 선배 교수님의 제안에 저녁식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내게 이 선배 교수님과의 인연은 좀 특별합니다. 선배 교수님과의 관계는 소위 말하는 '엄친아'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선배 교수님의 어머니와 내 어머니가 오랜 친구사이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만나지는 못했지만, 늘 어머니를 통해 들어왔던 사이입니다. 그런 선배 교수님은 이미 오래전 대전에 있는 인근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셨고, 내가 지금 재직 중인 대학에서 직장을 구하게 되면서 비로소 만나게 되고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 선배 교수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벌써 20년을 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선배 교수님은 정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원로 교수님이 되셨습니다. 저녁을 함께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말씀 중에 요즘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 학교에 가더라도 다른 동료 교수님과의 교류가 예전과 같지 않고, 연구실에서 혼밥을 하는 경우도 많고, 스스로 어떤 약속을 하지 않으면 누가 먼저 만나자는 제안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후배 교수들의 경우 수업과 연구 등으로 예전보다 훨씬 바쁘게 사는 것 같아서 선뜻 먼저 약속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년대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 대학 교수가 정년이후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평생을 대학에 있으면서 남들보다는 늦은 정년을 맞게 되는 것이 교수라는 직업이지만, 막상 정년을 하면 많은 것이 변하게 됩니다. 우선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이 연구실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명예교수가 되면 다르지만 수업이 없어지고 강의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많은 교수님들이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인근에 오피스텔과 같은 개인연구실을 마련합니다. 이렇게 개인 연구실을 마련하는 것은 우선은 학교 연구실에 있는 서적이나 개인 비품들을 둘 곳을 찾아야 하고, 또 개인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것에 익숙했기에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개인 연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상 연구를 위한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 친구나 과거 동료들을 만나기 위한 사랑방의 용도로 쓰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개인 연구실을 방문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비어 있는 공간, 또는 서적이나 집기를 보관하는 창고 같은 용도로 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그날 저녁식사를 하면서 정년퇴직 후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에서 1순위가 개인 연구실을 마련하지 말고 서적은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폐기 처분하고 개인 집기 역시 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가급적 학교에 나타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명예교수가 되어 강의를 해야 한다면 학교에 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후배 교수들에게 소위 말하는 '민폐'가 될 수 있으니 지양하자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고 또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후배 교수에게 민폐가 될 수 있는 상황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대화를 하다 보니, 다시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년퇴직을 하지 않은 지금도 외로움을 느끼는데, 퇴직을 하게 되면 더 외롭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외롭다'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정년을 맞이해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퇴직을 하는 경우, 그 동안의 활동이 중단되거나 적어도 정지 또는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외로움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외로움은 과거에서도 그리고 현재에도 항상 있어왔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이 미래에 조금 더 많이 또 강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순간에 외로움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번거롭고 바쁘고 정말 정신없게 현실을 살더라도 그 순간순간 가끔은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너무도 많지만, 그 외로움은 어느 순간 '혼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혼자'라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혼자'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항상, 언제나, 늘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나이가 들면서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기존의 활동이 중단되거나 줄어들기 때문에 '혼자'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조금 생각을 달리하면, '혼자'가 아닌 '함께'가 반드시 누구나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마음속으로 '같이'하고 '함께 있음'을 느낀다고 하면,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공간에 혼자 있더라도 누구를 생각하고, 또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상상을 하면서도 '함께'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자주는 아니라 할지라도 소소한 '그냥 친구'와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그 기대감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함'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기대 속에서 소소한 만남은 그 동안 '혼자' 했던 시간을 상쇄할 만큼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비록 물리적으로는 '혼자'이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함께'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속의 함께'도 나쁘지 않고 행복하지만, 좋은 분들과 뜻이 맞는 '그냥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만남이 더 좋고 행복한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번 주말 잊고 지냈던 그리고 소원했던 친구들과의 소소한 모임 한번 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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