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꽃의 소재를 무슨 꽃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마탁소 부장의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튜라프플리네스를 황금 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것은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 꽃의 모양을 구상화시킬 수도 없는 것도 있지만 설사 완성되었다 하여도, 네덜란드에서 유전자 합성으로 성공한 꽃을 황금 꽃으로 제작한다는 것은 국민적 자존심과 상징적 가치라는 점에서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간 여러 차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열고 이에 대한 난상토론을 하였지만 늘 미완결이었다.
몇 가지 원칙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첫째. 황금이라는 소재의 영원성에 비추어 '영원'또는 '변함없는 존재성'이라는 이미지를 갖는 것이어야 할 것.
둘째. 아름다워야 할 것.
셋째. 꽃박람회의 테마인 '꽃의 메시지' '꽃의 생각, 인간의 마음' 이라는 주제와 일치되어야 한다는 원칙들이었다.
제갈 차장은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국화라는 상징성은 인정이 되겠지만 어쩐지 국수적인 느낌이고 창의성이 없어보였다.
발상이 안이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무궁화를 제외하고 나니 백가쟁명식 토론이 되고 말았다.
월계수도 나왔고, 조선시대 어사화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상상의 꽃으로, 신라시대 향가에 나오는 헌화가의 들꽃으로 하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모닝 글로리'라는 나팔꽃의 제안도 있었고, 난, 대나무, 국화, 매화를 복합하여 제작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모두들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였지만, 딱히 이것이다라는 결정으로 가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났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것이 제작의 공정기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금속공예 전문가들은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했다.
제갈 차장은 황금 꽃을 상상의 구름위에 올려두고 멀고 먼 하늘을 하염없이 날아 다녔다.
생각의 실마리는, 잡힐 듯 꿰일 듯 바늘귀에 닿으면서도 좀처럼 구멍 속에 쏘옥 들어가 버리지를 않는다.
아름답고 영원한 꽃이란 없다.
꽃이 상징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 사랑? 그것인가?
또 황금이, 무엇이든 영원성을 상징하는 것인가?
꽃은 꽃이로되, 아름답게 빛나는 영원한 무엇.
모든 사람이 염원하는 그것. 그것이 꽃으로 상징되기 위해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이 바로 황금 꽃의 소재이어야 한다.
제갈 차장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계속)
우보 최민호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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