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 사야할까…가계부채 대책으로 실수요자들 고민 커져

자금여력 있는 실수요자들은 내년 부동산 조정기 구매 유리
대출 규모 큰 경우에는 올해 안 구매 생각해봐야

대전시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 30대 중반 직장인 김재남(가명) 씨는 얼마 전 아이가 태어나면서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했다. 기존 1억5000만 원 정도의 전세금이 있어 2억 원가량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안으로 집을 구매하기에는 집값이 하락할 움직임이 있어 망설이게 된다. 그렇다고, 내년에 사기에는 새로운 대출규제가 도입되면서 대출받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대출 규제가 시작되면 부동산 시장이 조정되면서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자금 마련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4일 내년부터 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을 도입하는 '가계 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 규제에 집중했다. 실수요자들의 경우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신 DTI는 부채 원리금의 경우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포함해 사실상 추가대출이 어렵다. 이에 내년부터 추가 대출이 어려운 다주택자들이 입주 잔금을 치르기 힘들고, 세금 압박을 받아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전세로 내놓거나 처분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로 거래가 줄면서 집값 역시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아무래도 거래가 줄면서 가격은 조정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전이나 세종의 경우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는 주택 구매를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지역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 신 DTI가 적용되면 실수요자들은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을 수 있어 그때 매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은 올해 안에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하반기 DSR이 적용되면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 등 모든 대출 원리금이 반영된다. 연소득에 비해 금융권 부채가 많으면 추가 대출을 받기 힘들어진다.

지역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 대출을 받는 조건이 조금 더 까다로워지는 만큼 금액 자체가 기대 이하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출을 좀 더 많이 받으려면 올해 안에 집을 구매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어 이자 부담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어 실수요자들은 무리한 대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문 기자 ubot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