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변호사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지방자치의 날’행사에서 개헌의 화두는 지방분권임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하였고, 대통령과 시도지사 등이 정책을 논의하는 제2국무회의 제도화와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며, 자치입법권과 행정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의 헌법화도 약속하였다.
위와 같은 대통령의 제안에서도 보듯이, 내년 개헌의 핵심내용은 지방분권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시점에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이 필요한 것인가.
먼저 현행 헌법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현행 헌법에서 지방자치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제117조와 제118조가 유일하다. 전체 130개 조문에서 지방자치에 는 2개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헌법에서 얼마나 지방자치에 소홀했는가를 알 수 있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단체를 자치의 주체로 인정하고 지위를 보장하기 보다는, 중앙정부의 법령을 집행하는 하급집행기관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자치권을 규정한 헌법 제117조를 보면 지자체는 자치입법권을 가지고 있지만,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인정된다. 중앙정부가 법령에 자치사무에 관해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으면, 자치입법권을 통한 자치는 거의 여지가 없다. 현실적으로도 중앙정부는 자치사무에 대해 법령으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지자체가 독자적인 지방정책을 추진할 여지는 거의 없다.
또한 헌법은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자치입법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지방의 자치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 제37조에서 법률유보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법률의 근거가 없는 한, 조례로는 주민의 권리제한과 의무부과에 관한 것을 규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된다. 이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지방정부가 여러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지자체의 행위능력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되어, 지방재정의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지자체는 의무부과에 관한 지방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도움을 기다려야만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중앙정부는 지자체를 간섭, 통제할 수 있게 되는 불합리를 초래한다.
또한 현행 헌법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는 지자체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자체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세를 조례로 신설하는 것은 위 제59조에 의해 불가능하다. 더구나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복과세를 다른 법률로 규정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어서, 주요 세원인 소득세나 법인세 등을 지방세로 할 수 있도록 법률로 위임하는 것조차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지방재정은 지자체가 유지할 수 있는 근간임에도 자체수입의 확보방안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지자체가 자체로 세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지방재정의 악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로 인해 지자체는 재정악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보조금에만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글로벌한 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은 그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요소이다. 그런데 현행 헌법은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즉 지자체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헌법과 법률에 의해 빼앗겨서 문제해결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또한 지방의 문제마저도 중앙정부가 관여를 하게 됨에 따라 지방실정에 맞는 자율적인 적합한 정책을 실현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중앙정부는 지방사무에까지 관여를 함으로 인해, 정작 중요한 전국적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없게 되는 과부하현상이 나오게 된다. 이런 중앙정부의 문제는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 등과 같이 중앙정부의 기능저하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이런 문제는 지자체의 손발을 묶어 놓은 헌법을 개정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 헌법을 개정하여, 중앙정부는 부담을 경감하여 국방, 외교와 같은 전국적인 사무에 전념하고, 생활 정책은 지방정부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함으로써 지자체의 능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우리가 국가경쟁력이 있는 새로운 국가운영시스템을 마련하여 보다 경쟁력이 있는 국가로 도약하느냐의 문제는 이제 헌법의 개정에 달려 있다.
이영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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