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승 학생 |
지리산은 어떤 산일까. 6·25 한국전쟁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빨치산과의 치열한 전투가 치러진 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시작한 곳이라는 게 아는 전부였다.
사전 조사를 통해 알게 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지리산의 이름이었다.
‘智異’는 다름을 아는 것, 차이를 아는 것, 그리고 그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이 좋아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 해 지리산(智異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과 함양, 하동군 등 3개 도에 걸친 거대한 산이다. 우리는 중산리에서 법계사를 통해 천왕봉으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오전 7시 출발하는 버스에서 친구들은 혹독한 체험학습을 해야 하는 원망과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버스에 내려 법계사로 향했다. 매일 밟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벗어나 흙길, 돌길을 걷고, 시원한 물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끝없이 걸으면서 친구들은 지쳤지만, 무사히 법계사에 도착했다.
절에서 물을 마신 후 천왕봉으로 다시 올라갔다. 걸을 때마다 계단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았고, 점점 지쳤다. 5분도 안돼 잠시 쉬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니 정상이 보였다. 정상의 가파른 바위를 올라가니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밑으로는 초록색 나무들이 안개에 싸여 있었고, 까마귀들이 날아다녔다.
그리고 비석이 있었다. 비석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힘겨운 과정을 거친 후 비석을 보니 뿌듯했다.
하산은 더 힘들었다. 돌계단의 경사가 높아서 내려가는 데에 매우 위험하고 한편으론 무서웠다. 중간에 자주 미끄러지고 넘어질 뻔했지만, 친구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다치지 않고 마무리했다.
힘든 산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입시라는 상황 속에 반 친구들은 경쟁자이기 때문에 서로 진실한 마음을 나누기 힘들었는데,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도와주게 됐다.
혼자서 이 산을 오르라고 했으면 오를 수 있었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준비하는 대학 입시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떨 때는 끝도 없어 보이고 지치지만, 분명 끝은 오고 함께 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게 됐다. 서로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산에 오른 친구는 처진 친구들을 기다려 주고, 또 처진 친구들은 더 빨리 오르는 친구들을 보면서 속도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피곤해 자는 친구들을 보면서 지리산이 왜 ‘智異’산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장 체험학습으로 지리산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편하게 떠나는 여행과는 달리,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얻는 깨달음을 주는 지리산은 어른이 된 후에도 다시 한번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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