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연수로 3일간을 서울에서 지냈다. 연수가 오전 10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데, 상담실 에어컨 시설공사 중 예상치 않는 일들이 일어났다. 공사 중 다른 전기선을 건드려져서 건물 전체가 두 번이나 전기가 나가고, 에어컨 구멍 타공하는 과정이 길어져서 건물 민원이 들어오고, 천장까지 깨지게 되는 일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교수님의 강의 내용이 전혀 집중되지 않아서 결국 연수를 마치고 못하고 일찍 강의장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KTX 기차표를 시간변경을 하고 타야했는데, 입석밖에 없다고 하여 그렇게라도 해달라고 해서 기차를 타게 되었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입석을 타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여행용 캐리어 가방, 유모차, 개인 짐 가방 등 입석 칸을 가득 채웠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공간조차도 몸을 바르게 세워야만 했다.
이런 폭염에도 입석 칸에는 에어컨 기동이 되지 않는 걸까? 좌석 칸에서 문이 열리면 시원한 공기 덕분에 '내가 살아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영화 '국제시장'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배를 기다리는 피란민의 모습과 포대기 끈을 묶어 아이를 끌어올리는 장면에서 피란민들의 절박한 모습이 입석 칸에 있는 내 모습과 3살짜리 아이, 칭얼대는 돌 전의 아이, 집안에 슬픈 일이 있었는지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는 남편의 모습 등 그 장면에서 영화 '국제시장' 과 오버랩 되는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그래도 속으로 '조금만 참자, KTX니까 그래도 한 시간이면 서울에서 대전까지니까. 조금만 참자, 그래도 좌석 칸에서 문이 열리면 잠시라도 시원하지 않겠니' 스스로를 달래본다. 희망이란 것이 이런 걸까? 그런 와중에서 입석 칸 승차표를 확인하는 승무원. 영화표든, 마트 영수증이든, 발권 받았던 기차표든 습관적으로 바로 버린 나는 버렸던 승차권을 주워들었다. 표를 확인한 승무원은 '대전 지나면 들어와서 빈 자리에 앉아도 됩니다.' 라고 말해준다. '에게… 나는… 대전인데…'그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그래도 '3살짜리 아이와 엄마, 슬픈 아내의 남편 가족 등 편하게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에 '이런 배려도 있구나' 참 신기하기만 했던 더운 여름날의 색다른 경험이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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