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작업은 지독히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었다.
우선 첫 작업은 어떤 대회의 어떤 경기를 심포니로 작곡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는데 가장 최근의 월드컵 결승전을 심포니의 소재로 하는데 합의를 이뤘다.
두 번째는 결승전의 양 팀 선수 22명의 동선을 선수 한 명씩 분리하여 얻는 작업이었는데, 이 작업은 매우 어려웠다. 이 문제는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이 전 세계로 중계한 각국의 필름과 기록을 제공해 주어 겨우 해결할 수 있었다.
세 번째의 작업은 경기장을 오선지로 가상하고 이 오선지 위에 선수들의 동선을 그래픽화하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오선지 위에 선수 각각의 움직임이 일정한 선율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 번째는 각 선수의 선율과 그에 상응하는 악기를 선정해 교향악을 구성하는 작업이었다.
작곡을 맡은 막스 재캔은 이 작업은 음악이 아니라면서 처음에는 작곡을 거부하다가 마침내 위원회의 한 위원이 "음악은 그럼 무엇이요?"라는 질문에 설득을 당했다.
"음악은 결국 인간의 청각을 활용하는 표현의 한 양식일 뿐 그 소재가 정해진 것은 없다"라는 것이 막스 재캔 스스로의 답변이었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홍콩> |
당연히 작곡가의 역할은 소음의 집합체를 화음과 박자, 리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심포니의 주선율은 축구공의 동선으로 삼았다.
작곡가의 기량이 발휘된 예술적 터치가 가미되면서 월드컵심포니는 첫 탄생의 고성을 울렸다. 전 3악장으로 구성되어 전반전, 휴식, 후반전으로 계속되는 심포니는 처음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선율을 그려내고 있었다.
월드컵 교향곡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교향곡을 들으면서 위원들은 저절로 손에 땀이 쥐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심장박동은 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달아올라 음악만으로도 사람을 이렇게 격정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가 하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워했다.
월드컵심포니의 선율을 듣기만 해도 축구경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격정적인 월드컵 경기와 감성적인 교향곡이 화음을 이루는 장관이었다.
월드컵심포니는 이제 FIFA에 헌정하는 절차만 남기게 되었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식에 그 역사적인 공연을 갖게 될 것이다.
배상진은 흐뭇하였다.
스스로의 제안이 이렇게 세계적인 각광을 받으면서 결실을 보게 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계속)
우보 최민호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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