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열리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 제전인 전국체전은 우리나라가 세계 스포츠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올해로 98회째를 맞고 있으며, 근 100년 동안 대회를 개최해 오면서 수많은 스포츠 스타의 발굴과 이를 통한 국위선양, 민족정신 함양, 지역의 스포츠인프라 구축을 통한 국제스포츠대회 개최, 전문체육을 바탕으로 한 생활체육의 발전과 이를 통한 국민건강증진함양, 스포츠산업 발전을 통한 국가경제발전 기여 등 국가발전에 큰 동력이 되어 왔다.
전국체전의 참가 의미는 변화돼 왔다. 스포츠 기술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고 이렇다 할 생계 수단이 적었던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된 운동선수는 그냥 무식하고 힘이 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프로팀은 없었지만 이때만 해도 운동을 잘하면 실업팀에 입단할 수 있었고, 선수생활을 마치면 은행 등의 모기업에 일반직으로 근무할 수 있어서 운동선수들의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장돼 있었다.
어느 순간 세상이 변했다. 운동선수들이 단기 계약으로 팀에 입단하게 됐고, 경기력을 상실하면 퇴직하도록 계약됐다. 생존경쟁이 치열해 졌고, 은퇴한 운동선수들은 변변한 직업을 구하지 못해 살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게 되면 어떤 이익이 있을까?
일단 시·도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금, 은, 동 메달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받는데 대전시의 경우 금(30만원), 은(20만원), 동(10만원)을 받는다. 고등학생의 경우 대학 특기자 혜택을 받게 되고, 대학이나 일반 선수들은 실업이나 국가대표에 발탁될 기회를 얻게 된다.
여기까지다. 1972년 뮌헨올림픽이 열리던 때까지 우리나라는 올림픽에 꾸준히 참가했으나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우수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자는 취지로 소년체육대회가 시작됐다. 조기에 좋은 선수를 발굴해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는 성과를 자랑할 수는 있게 됐지만, 공부 못하고 사회 부적응자 양산이라는 엘리트체육의 부정적인 이면이 국가와 사회적 이슈로 떠 놀랐다.
전문체육 양산 시스템을 통해 우리나라의 스포츠 선수들은 3가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됐다.
수십 수백억 원을 벌어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스포츠스타의 삶과, 정규직 관료들 밑에서 온갖 잡일과 부당한 대우를 참고 사는 비정규직 체육지도자. 그런 자리도 못 구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모습이다.
2015년 6월 우리나라 역도의 슈퍼스타였던 김병찬 선수가 자신의 집에서 쓸쓸히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연이어 아시아기록을 갱신한 역도계의 슈퍼스타였던 김병찬 선수는 1996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하반신 마비가 됐고 이후 52만 5000원의 메달리스트 연금으로 홀어머니와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중 2013년 어머니 별세 후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김병찬 씨가 받는 연금은 보건복지부의 최저생계비 49만9천288원보다 높아 다른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문체부에서 제도개선에 힘쓰겠다고 했으나 사정이 크게 나아질 수는 없어 보인다. 이토록 과거에 화려했던 운동선수들이 무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가끔 "우리 아이가 운동을 잘해요.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땄어요!"라고 부모님들이 자랑을 한다.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 전국체전의 메달, 독일까? 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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