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수수료 공개 추진에 보험설계사들 한숨

보험 수수료 공개 관련 법안 11월 국회 논의 예정
보험설계사들, "월급 공개나 다름 없어", "리베이트 관행 생길 수 있어"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험 수수료 공개를 추진 중이어서 지역 보험설계사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보험업계의 판매수수료는 보험설계사가 보험을 판매하고 받은 대가로 사실상 설계사들의 수입을 공개하는 것이라 영업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지역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박선숙 의원(국민의당), 최운열·박용진·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접수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를 거쳐 오는 11월쯤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대출모집인, 독립법인대리점(GA), 보험설계사의 중개 수수료를 소비자에 안내해야 한다. 대출모집인 수수료는 금융위가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지난달부터 회사별로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으나, GA와 보험설계사 수수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만기 전 보험 해약 시 해약환급금이 내가 낸 보험료보다 적은 것은 설계사 수당 등이 포함된 사업비, 보험사가 받는 위험보험료 등 각종 수수료가 보험료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보험설계사들이 고객에게 판매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권하는 경우에 마땅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로 인해 불완전 판매 논란이 지속됐다. 고객에게 저축성 상품인 것처럼 설명하고, 실제로는 판매수수료가 더 높은 보장성 상품을 팔기도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수료를 공개하는 것. 이로 인해 보험설계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과 달리 보험설계사는 판매수수료가 사실상 급유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역 보험사 한 설계사는 "보험상품은 구조가 복잡해 판매수수료가 타 금융사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객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영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자신이 받는 수수료 일부를 고객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리베이트 관행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보험사 설계사는 "수수료가 높다고 꼭 나쁜 상품은 아닌데 고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다"라며 "자칫 수수료로 상품을 평가할 수도 있어 더욱 혼선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미 보험상품 판매수수료를 비교 공시하는 만큼 더 투명하게 공개해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도 다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상품의 수수료가 고객으로서는 상당히 불투명하게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법 시행으로 판매수수료 체계를 투명하게 바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법안에 따르면 우체국이나 새마을금고 등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은 제외돼 있어, 소비자보호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상문 기자 ubot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