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읽었다는 '명견만리'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현재도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의 '대통령의 책 읽기'는 주로 대통령이 읽은 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공식, 비공식적으로 공개된 대통령의 독서 목록이 화제가 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대통령이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신간 '대통령의 책 읽기'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국민이 대통령에게', '국민과 대통령이 함께' 책을 읽고 우리 사회의 방향과 비전을 논의하기를 제안하며 '대통령에게 함께 읽고 토론할만한 책'을 추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책에는 각계각층의 인사 26명이 '큐레이션'한 추천도서들이 담겼다. 이들은 물리학자와 철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기생충학자, 한문학자, 경제학자, 여성학자, 미술사학자 등 필자들은 30대에서 60대까지의 독자들에게 가장 신뢰와 사랑을 받는 저자들이 모였다. 글과 강연, 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언하고 독자들과 소통해온 우리 시대 대표적인 '열린 지성인'들이다.
철학자 이진우씨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추천했다. 그는 "정치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강한 영혼이다. 세계를 지배하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지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초연함과 강한 영혼을 길러주는,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다"라고 언급했다.
역사학자 임지현씨는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권했다. "한국 군대의 섹시즘에 맞서 싸운 예비역 여군 중령 피우진을 보훈처장에 임명하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을 안아줄 수 있는 대통령의 감수성이라면 이 책에서 남북 관계는 물론 동아시아의 기억 정치,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정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이유에서다.
정치학자 박명림씨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권했다. "'운명의 힘'으로 지도자가 된 사람들은 자주 위험하다. 그렇기에 지도자의 '운명'은 등극의 순간 '자질'로 대체되어야 하며, 운명과 상황을 기필코 제압하고야 말겠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을 지녔다면 자질과 국량은 다가오며 해법은 찾아진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애너벨 크랩의 '아내 가뭄', 조은의 '사당동 더하기 25',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등이 추천도서에 포함됐다.
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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