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76개국의 영화 300편이 상영돼 19만2991명이 관람하면서 지난해보다 관객수가 17% 가량 늘어 예년의 활기를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부산을 방문해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관람하면서 영화제의 정상화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감성을 숨기지 않는 유별난 '영화 사랑' 행보를 보이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영화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올해 그가 선택한 영화 중 사회적 이슈가 됐던 작품을 모아봤다.
먼저 지난 15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는 워킹맘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이혼한 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지선(엄지원)이 육아를 중국 출신 보모 한매(공효진)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날 퇴근 후 아이와 한매가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선의 양육권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와 경찰은 지선이 보모와 짜고 아이를 빼돌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이에 홀로 아이와 한매를 찾아나서는 데, 그녀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이름, 나이, 출신 등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한매가 한국에서 겪은 힘겨운 일들이 조금씩 밝혀지게 된다.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들의 파워가 돋보이는 <미씽:사라진 여자>는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한국사회의 현실과 함께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의 애환을 다뤄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후 이언희 감독, 배우 공효진, 엄지원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성 문제를 모여 준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취재해 이를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까지 간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과 부일독자심사단상까지 받으면서 3관왕을 거머쥐기도 했다. 또 최근 10회 스페인 한국영화제와 제6회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잇따라 상영되면서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내년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 부문에도 출품돼 수상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재심>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정의와 진실엔 별 관심이 없던 변호사 준영(정우)이 누명을 쓴 현우(강하늘)의 사건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 A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다. 익산경찰서는 사건 최초 목격자이자, 다방 오토바이 배달원 최모씨(당시 16세)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고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이 있었지만 최씨는 유죄를 선고받아 10년을 복역했다. 2003년 3월 군산경찰서는 용의자 김모씨에게서 자백을 받았음에도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출소한 최씨는 재심을 청구, 지난해 1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16년만에 누명을 벗은 것이다. 공소시효가 9일밖에 남지 않아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는데,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2015년 7월 시행)으로 인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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