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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상담을 많이 해 온다. 의외로 성상담도 많다. 그 중에서도 대인관계문제가 가장 많다. 그분들에게 30~40분의 상담은 아주 짧다. 어디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신상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상담을 하기에 자유로워한다. 그런데 대면하지 않고 목소리로만 듣는 전화상담은 상담자에게는 어렵다. 더욱 진심으로 들어주고 진심으로 받아주어야 한다. 얼굴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표정을 읽을 수가 없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번은 직장여성과 특이한 상담을 했다. 일요일 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외계인 여럿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자신의 밀린 일을 다 해주고 갔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경청하고 진심으로 수용하기가 어려웠다. 마음 상하지 않게 슬쩍 요즘에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분은 내게 자신을 믿지 못하냐며 화를 내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그 외계인들이 다음날에는 집에 찾아와 청소까지 해주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니 일상생활은 잘 하고 있는 것 같았다.
30분 정도 상담하고 나니 몸의 모든 기운이 쫙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담자인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끝까지 진실로 경청하고 수용했다. 잘 들어주니 전화를 끊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 시간 이상을 하고 다음 상담을 해야 해서 그 상담을 종료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하라고 하자 그녀는 잘 들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들어주는 진심이 느껴졌다며 정말로 고맙다고 거듭 인사했다.
여러 번 전화 상담을 했지만 상담자가 끊기 바빴다고, 자신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상담자가 많았다며 눈물까지 흘리는지 훌쩍거렸다. 그래도 '끝까지 잘 받아주었구나' 며 스스로 위로하는 순간, 그녀는 한마디 던진다. 자신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콩쥐팥쥐'의 팥쥐 였다고 말하며 꼭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 팥쥐 님의 비밀을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안심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밝았다. 반전의 반전이다.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상담이었다.
망상 장애는 정신병적 질환으로 분류된다. 환자의 현실 판단력에 장애가 생겨서 망상이 생기는 질환을 의미하는데, 망상은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생각이며 실제 사실과 다르다. 논리적인 설명으로 시정되지 않고, 교육 정도나 문화적인 환경에 걸맞지 않은 잘못된 믿음 또는 생각이다. 망상장애에서 보이는 망상은 정신분열병에서 보이는 망상과 달리 체계적이고, 괴이하지 않는 망상이다.
이런 경우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충분히 평가하여 뇌손상이나 기타 기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진단을 위해 뇌 검사, 시밀 검사 등의 검사를 시행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적인 상담 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대화도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 진심으로 들어주기, 귀로 들리는 것만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이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일이다.
김종진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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