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송은경 옮김/민음사)-
근대와 현대가 뒤섞이면서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 영국 귀족의 장원을 자신의 세상 전부로 여기고 집사로서 평생을 보낸 남자 '스티븐스'의 6일간의 여행을 담고 있다. 그의 가족과 연인, 그리고 30여 년간 모셔온 옛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 삶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특히 인생의 황혼 녘에 깨달아버린 잃어버린 사랑의 허망함과 애잔함에 관해 내밀하게 써내려간다. 이 작품은 1993년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앤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밥 딜런 자서전(양은모 옮김/문학세계사)-
밥 딜런이 직접 쓴 최초의 자서전. 책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과 솔직한 내면 고백이 담겨있다. 노래하는 음유시인 밥 딜런의 노래가사는 미국 고교와 대학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깊은 울림을 갖고 있는 그의 가사 때문에 몇 해째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밥 딜런이기에 그가 직접 쓴 자서전은 2004년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박은정 옮김/문학동네(주))-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은 여자들을, 심지어 어린 소녀들까지 전장으로 내몰았다. 조국과 가족의 이름으로 여자들은 총칼을 들고 전선에서 남자들과 똑같이 싸워야 했다. 남자들은 전쟁에서 거둔 승리와 공훈과 전적을 이야기하고 전선에서의 전투와 사령관이니 병사들 이야기를 하지만, 여자들은 전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의 공포와 절망감이라든지, 전투가 끝나고 시체가 사방에 널브러진 들판을 걸어갈 때의 끔찍함과 처절함, 전장에서 첫 생리혈이 터져나온 경험, 전선에서 싹튼 사랑 이야기 등…. 작가는 이처럼 전쟁에 직접 참전했거나 목격한 여자들 200여 명의 이야기를 정리해 이 담았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김화영 옮김/문학동네)-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파트릭 모디아노의 공쿠르상 수상작이자 대표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저자 특유의 신비하고 몽상적 언어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기억의 어두운 거리를 헤매는 퇴역 탐정 '기 롤랑'의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행을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기 롤랑이 자신의 바스러진 과거를 추적해가는 모험을 따라가면서,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 주제 의식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친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를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인간의 진정한 정체성을 근본에서부터 붕괴시켜나가는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디어 라이프(정연희 옮김/문학동네(주))-
82세의 거장이 절필을 선언하기 전 세상에 내놓은 마지막 작품. 작가는 이 작품으로 앨리스 먼로는 생애 세번째 트릴리움상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책은 작가가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쓴 표제작 '디어 라이프'를 포함해, 2012년 오헨리상 수상작 '코리',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며 호감을 가졌던 남자를 만나겠다는 희미한 희망을 품은 젊은 시인을 그린 '일본에 가 닿기를', 언니의 익사 사고 후 평생을 그 기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동생을 그린 '자갈',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연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기차에서 뛰어내린 남자에 대한 이야기 '기차' 등 총 열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현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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