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017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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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017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바로크적 지성과 현대적 감성의 탁월한 조화

  • 승인 2017-10-18 08:54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오지희2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Jean-Guihen Queyras)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독주회가 지난 14일 대전예당에서 열렸다.

1년 전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를 이어 올 해 바흐 무반주컬렉션 첼로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 케라스는 6개 모음곡 순서대로 전반부와 후반부를 각각 3곡씩 나누어 대장정을 수행했다.

본디 모음곡(Suite)은 르네상스부터 이어져 온 여러 나라의 춤곡을 모아 순서대로 배열한 일종의 정형화된 춤곡 장르이다. 표준형인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반드, 지그의 음악형식은 18세기 바로크 초기 독일에서 확립됐지만 독창적인 음악양식은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다. 그렇기에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해석은 선율이 수평적으로 흐르고 동시에 수직적으로 화음을 만드는 정교한 바흐 작곡기법 위에 섬세한 춤곡양식이 어떻게 조화롭게 표현될 수 있는지에 연주의 특성이 결정된다. 최초로 이 곡을 연주한 카잘스 이후 묵직한 로스트로포비치와 세련된 마이스키를 거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생동감 넘치는 요요마의 낭만적 바흐 해석에서 새로운 정점을 맞이했다. 그러나 요요마 이후 세대는 바로크시대 역사주의에 기초한 또 다른 시대연주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케라스는 그 중심에 서있다.

무려 2시간이 넘는 연주시간임에도 케라스는 후반부로 갈수록 지치지 않고 기량을 발휘하는 놀라운 연주능력을 보여주었으며, 5. 6번의 고난이도 테크닉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6개 모음곡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한 전주곡, 빠른 속도인 쿠랑트에서 보여준 과감하게 내달린 울림, 프랑스 작곡가 쿠프랭의 장식음을 연상시킨 사라반드의 표현력, 가보트의 우아함은 지극히 바로크적이다. 극도로 절제된 비브라토를 통해 나온 정확한 소리와 음 하나하나를 강조하기보다 주요 음을 강조하며 음표들이 가볍게 움직이는 주법은 작품을 생생하고 속도감있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렇듯 케라스가 선보인 바흐 모음곡은 시대악기 비올라 다 감바가 지닌 섬세한 음색을 떠올릴 정도로 바로크적이지만 과거의 음악이 아닌 오히려 대범한 현대음악이다. 양식화된 연주회용 춤곡으로 정착한 18세기 모음곡을 진정한 춤곡으로 인식시킨 가벼움은 케라스만의 독창적 해석의 결과이다. 바흐작품을 잘 알지 못해도 케라스와 함께 했던 관객은 느낄 수 있었다. 집중력을 한 순간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무대를 끌고 간 케라스의 무반주 모음곡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진정 행운이었음을. 연주자의 뛰어난 역량이 바로크적 지성과 현대적 감성으로 빛을 발한 무대였다.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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