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출산 선진국 스웨덴, 비결은 남성의 육아참여다

박윤옥 전 국회의원

스웨덴은 유럽의 대표적인 출산선진국이다.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85명. 우리나라의 1.17명을 크게 웃도는 1.87명의 출산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이러한 높은 출산율의 배경중 주목할 만한 것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다.

서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여성의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꼽히는 스웨덴. 시간제 아르바이트가 아닌 전일제 취업률만으로 본 스웨덴의 2014년 맞벌이 부부 비중은 68.3%나 된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은 1992년부터 2012년까지 OECD회원국의 경제, 사회 지표와 나라별 출산율의 관계를 분석한 '고령화의 원인과 특징'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고 남녀 간 임금격차가 작을수록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1% 오르면 출산율은 0.31%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과 경제활동중단이 여성 개인은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에도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질수록 출산율도 함께 올라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라다. 출산휴가를 내는 것도 눈치를 봐야하고 임신과 출산이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도, 출산율 상승도 넘기 어려운 산처럼만 느껴지는데, 그 어려운 것을 스웨덴은 어떻게 해 낸 것일까.

비결은 한 마디로 남성의 육아·가사참여에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남성육아휴직자는 5101명이었다. 지난해에 비하면 50%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전체 육아휴직자가 4만 5000 명 정도라고 하니 그중 남성 비율은 11%정도인 셈이다. 정부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제도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나마도 공기업이나 대기업 같은 큰 회사 이야기이고, 중소기업들에게 아빠 육아휴직은 현실적으로 아주 먼 이야기이다.

스웨덴에서는 아빠의 육아휴직이 선택이 아닌 의무다. 자녀가 8세가 되는 해까지 480일의 육아휴직을 부모가 사용할 수 있는데 그중 3개월은 남성의 몫이다. 육아휴직 급여도 소득의 약 80%수준이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스웨덴은 어땠을까. 70년대 초까지도 스웨덴은 임신한 여성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 합법이었던 나라였다. 출산율이 급락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자 위기감을 느낀 스웨덴 정부는 그 해답을 일-가정 양립에서 찾았고 이를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복지제도를 개선하고 세금제도 등의 경제정책을 바꾸었다. 쉽게 말하면 남녀 모두 임신 출산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 의료 등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나라에서 부담하게 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남편의 가사, 육아 참여를 제도화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일-가정 양립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아빠의 의무 육아휴가제도가 시행 되고나서부터라고 한다. 보육시설을 만들고 재정지원을 하는 것만으로는 여성의 육아부담을 덜어줄 수 없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출산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돈이 많이 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부부들은 출산을 망설이거나 포기하게 된다. 의료, 교육, 취업, 주거문제가 안정되고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정책과 더불어 저출산 위기 극복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부부가 함께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고 보육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된다면 여성은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산이 개인의 위기가 아닌 모두의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70년대 스웨덴보다 더 심각한 저출산의 위기에 당면해있다. 출산 선진국의 사례를 따라하는 것을 넘어 사회 문화를 가족친화형으로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성의 육아참여는 일-가정양립의 핵심이며 여성 경제활동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부부 공동의 의무이자 권리인 육아를 부모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낳고 키우는 일이 즐거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출산 극복의 시작이다.

박윤옥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