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 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
대전에 오니 선배가 "고향이 강원도야? 발음이 강해서!" 라고 한다. 강릉에서 2년도 채 있지 않았는데….
대전에 와 30여년간 대못(?)을 박아 충청도 사투리로 무장, 이렇게 방송했다.
"대전시 성남동 '날맹이' 횡단보도가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 개선이 요구됩니다."
표준어인 언덕(산봉우리)을 버리고(?) '날맹이' 라는 방언으로 자연스럽게 리포트 한 것. 서울 사람들이 들었다면 "'돌맹이' 발음을 잘못 내레이션 한 것 아닌가?" 할 수 있을터!
그러나, 충청도여서 방송 후에도 선배는 물론, 충청도 애청자들의 지적이 없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몇 년후 경상도 후배가 입사했다. 방송 때 '쌀'을 '살'로 발음한다. 계속 지적해도 '살'이다.
그 친구 나중에는 '쌀 생산량' 이라고 적힌 원고를 쌀 대신 '미곡'으로 바꿔 멋지게 내레이션 하는 것이 아닌가! 그 후배도 경상도에서 '살'로 방송했다면 경상도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고향이 충북 영동이었던 행정 여직원이 "박 기자님! 점심시간에 쌀 팔고 올께요" 라고 한다. 얼마나 가정이 어려우면 점심 시간까지 나가 쌀을 팔까? 너무 측은해 점심도 자주 사주고 했는데 나중 알고보니 '판다'는 뜻이 충청도는 '산다'라는 것을 안 이후 점심 접대(?)는 저절로 없어졌다. '춤 출까요?'도 '출 튜?'로 간단 명료하게 줄이는 구수한 고향 내음이 나는 방송 리포트가 내년 설 명절 때 나오지말라는 법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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