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구의 세상읽기]영화 '남한산성'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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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구의 세상읽기]영화 '남한산성'의 울림

박태구 사회부장

  • 승인 2017-10-11 12:10
  • 신문게재 2017-10-12 23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박태구 사회부장
박태구 사회부장
적 진지에 겁도 없이 홀로 들어가 적장과 대화로 전쟁을 막아보려는 최명길(이병헌)의 대사로 시작되는 영화 '남한산성'.

추석 연휴 기간, 필자도 이 영화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앞섰다. 먼저 영화를 접한 관객들의 평가가 너무나도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 감명 깊게 봤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액션도 떨어지고 대사만 많아 지루했다는 이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예매율이 가장 높다는 이유 하나로 가족들과 상의 후 영화를 보기로 했다. 2시간이 꼬박 지나고 영화가 끝나자 평소 액션 영화를 즐기는 필자 역시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현재(10월 10일 기준) 331만여 명이 이 영화를 봤다고 한다. 추석 연휴라는 특수가 있었으나 일주일간의 실적치곤 적지 않은 수치다. 이 영화를 본 사람 가운데 단순히 긴 연휴를 보내기 위해 극장을 찾았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소설을 읽고 난 후 감명받고 영화관을 찾은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때 일어난 병자호란을 다뤘다. 청의 대군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 신하들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청의 대군에 포위된 상황에서 매서운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군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다. 영화에서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은 순간의 치욕을 견뎌 나라와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은 청의 군사와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기다렸던 지원군은 오지 않고 청의 대포와 군사 공격이 시작되자 인조는 항복하기로 결심하면서 47일간의 전투는 막을 내린다.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는 한 영화 관람객의 리뷰가 생각난다. 그래픽의 화려함과 코믹 등 큰 흥행을 위한 요소들이 빠진 상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15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를 투자하면서 '흥행 대박'이라는 욕심은 누구나 꿈꾸기 나름이다.

황동혁 감독은 소설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액션 사극이나 퓨전 사극 풍을 배제하고, 정통사극 분위기로 인물과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흥행보다는 작품성을 중요시했다는 얘기다.

'겨울이 있으면 민들레 꽃이 피는 봄이 있기 마련이다'며 어둠 속의 시련을 겪은 후에는 광명의 새 아침이 온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점은 영화 '남한산성'이 현재 대한민국의 처한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국으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 흡사하다.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위협하는 북한이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으며, 중국은 청이 했던 것처럼 '사드 보복'으로 경제적 위협을 가한다. 최우방으로 여겨 온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FTA 재협상 카드'를 꺼내며 우리를 곤경에 빠트렸다. 일본 또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한 것은 무능한 지도자가 아닌 유능한 지도자다.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으며 미국, 중국과의 외교 전략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지도자 말이다.

또한 영화 '남한산성'에서 나온 신하 최명길과 김상헌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화친과 대의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둘 다 충신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를 기회 삼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 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충신 같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영화 '남한산성'과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주변국으로부터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면 작지만 진짜 강한 나라가 돼야 하며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영화 '남한산성', 그냥 하나의 영화로만 치부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박태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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