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쉬는 날 출근해야 하는 부담감 탓에 연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오죽하면 대전의 한 제조업 공장은 사내에서 쉰다는 말을 쉬쉬한다고 했다. 정해진 물량을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이 공장 관계자의 말에서 한숨이 느껴졌다. 회사 내에서 연휴란 말을 꺼내면 서로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이기 때문에 최대한 말을 아낀다고 했다.
지역 일선의 중소기업도 연휴 때 회사 불이 켜졌다. 이 중소기업은 제품 생산을 앞두고 샘플링을 해야 하는 탓에 연휴 때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다고 했다. 근로자들은 열정으로 회사를 가꿔야 발전한다는 대표의 말이 무섭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윗사람이 출근하니 직원들은 자동으로 나와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중소기업 근로자는 "대표가 출근하니 밑에 직원들도 어쩔 수 없이 출근했지만, 월급이 더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니 직원 입장에선 좋지 않다"며 "연휴 때 푹 쉬어야 업무의 능률도 오를 텐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이런 연휴 때 벌어지는 현상은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 5월 근로자의 날도 그랬고, 설 때도 그랬다. 중소기업 근로자로선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이 표기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규모가 제법 큰 중소기업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뿐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규직전환 등 중소기업과 관련한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급격하게 변화를 일으키려는 만큼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나름 위험이 크다. 최저임금은 폭이 너무 급격하게 늘어나 내년부터 임금 문제로 걱정이 크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은 새로운 인원을 뽑아야 하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부담감은 결국 일선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근로자들 몫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곳곳을 섬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역의 몇몇 대표적인 중소기업을 제외하곤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다수다. 업종별로, 분야별로 나눠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중소기업도 많다. 이들에게 갑자기 마라톤을 시키면 호흡곤란이 온다. 차례차례 가다듬고 보듬어야 한다. 그래야 달력에 적힌 빨간 날이 의미 없는 연휴가 아닌 '설렘'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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