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뿌리 인삼! 과학과 문화로 세계를 날다' 라는 주제로 금산세계인삼엑스포 축제가 충남 금산군 금산읍 인삼 엑스포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금산군과 충청남도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금산세계인삼엑스포 조직위원회에서 주관한 축제인지라 과연 볼거리가 많고 즐길거리, 먹거리까지 풍성한 생산적인 축제였다. '금산인삼축제'라는 명칭에서 '금산세계인삼엑스포'라는 명칭으로 바꾼 이유는 인삼의 국내 경기침체 및 부정 인삼 유통 등으로 인삼산업 침체가 예상되고 세계인에게 고려인삼의 우수성을 알리는 국제행사의 필요성으로 인해 행사의 명칭을 바꿨다한다.
이름난 축제장에는 이들 품바들의 이야기 빼놓을 수 없다. 축제장의 꽃이기 때문이다. 이곳 '금산세계인삼엑스포' 축제에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품바들이 다섯 팀이나 와서 한 달여 동안 똬리를 틀고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다른 품바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각설이 이기둥'의 입담과 '쓰리 장구'를 치는 모습이 신들린 사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1m남짓한 키에 10여일 이상이나 계속되는 흥행인데도 지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장인(匠人)의 풍모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가 입을 벌려 욕을 하면 귀에는 즐거운 만담으로 들렸고, 그가 비난하는 소리는 관중들의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가 터져 나오게 하였다.
"돈 있는 놈들 외국에 왜 나가, 그 돈 가지고 금산에 와서 인삼이나 사가지." 웃음이 안 나올 수 없었다.
"내 말이 틀렸어? 안 틀렸으면 박수나 쳐 이것들아" 박수를 어찌 안치겠나.
"우리는 엿 파는 엿장수가 아니라 엿 판매사원들이여, 그러니 우습게보지 마" 천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누가 있다고.
"미국에는 비아그라, 우리 조선에는 엿 먹어라" 맞는 말이다. 이들이 파는 엿은 이빨이나 입천장에 달라붙지를 않는다. 비아그라 맛을 이에 비길 수 있겠는가?
그들 판매사원들이 파는 물건에는 엿 말고도 칫솔도 있었다. '나노 금은 칫솔'이었다. 약국에서는 개당 3500원에 파는 것을 열 개 만원에 판다고 하였다. 칫솔 손잡이서 향내까지 나는 칫솔이라며 제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착순 2000명에게만 판매한다고 하였다. 선착순 2000명이라니? 여기에 모인 관객이 얼마인데. 그러나 그 입담에 모두들 주머니를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한 판 놀고 난 후 벌이는 판매 소득이 얼마나 될까? 엿은 두 팩에 5000원, 칫솔은 개당 1000원. 거기에 대표 사장 이기둥을 합해 판매 사원 7명, 이들 사원들이 먹고 자고 이동하는 교통비에 숙박비가 해결될까? 궁금했다. 그래서 그럴까? 각설이 이기둥의 쓰리장고와 북소리 장단이 신들린 사람처럼 한 판 놀고 나면 예서제서 세종대왕이나 신사임당을 들고 나와 허리춤에 꿰어 준다. 필자 옆에 앉아 있던 어르신(이정복, 70여세 쯤)도 신사임당을 이기둥의 허리춤에 꿰어 줬다. 며칠 동안 계속 나와 즐기고 있으니 그 보답이라 했다.
그랬다. 관객들의 보은은 또다시 각설이 이기둥을 신들린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들의 지칠 줄 모르는 이 공연은 이를 보는 관객들의 호응이 있기 때문이리라. 고갯짓, 어깨놀림이 범상치 않았고 북과 장구의 어우러짐이 흥, 그 자체였다. 이념 분쟁이 없고 촛불과 태극기 대립도 없었다. 오직 각설이 이기둥의 입담과 춤사위에 모두가 한 마음이었다.
품바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겐 평생 누더기 옷을 걸쳐야 했고, 자신들은 속으로 울면서도 남들을 웃겨야만 하는 애환을 품고 살아야 했다.
방랑자요 집시인 것이다. 언제나 낯선 인물들이 내 이웃이요, 낯 선 타향이 내가 잠들어야 하는 곳이다.
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되 특별한 대우도 없다. 그저 그렇게 손뼉쳐주고 웃어주는 관객들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금산세계인삼엑스포' 축제는 수십억씩 들여 하는 소모성 있는 불꽃놀이 축제가 아니다. 대전의 '효문화 뿌리축제'나 익산 '대게 축제', 충남 홍성 남당리항의 '대하 축제'처럼 생산성을 축으로 하거나 전통 의식을 이어받는 그런 축제인 것이다. 보라, 한 달이나 계속되는 기간인데도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 몰려드는가를.
해마다 이를 주관하는 금산군과 충청남도가 고맙고, 재단법인 금산세계인삼엑스포 조직위원회들의 노고가 고마운 것이다.
이 행사가 끝나려면 아직 보름 이상 남았다.
가자, 가서 이들 각설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금산군과 충청남도 관계자들에게와 금산세계인삼엑스포 조직위원회에 고마운 마음을 표하자. 볼거리도 풍성하고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가족 모두가 가서 즐기고 정을 나누자.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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