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영화] 남한산성… 핏빛 전쟁이냐 날선 설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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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영화] 남한산성… 핏빛 전쟁이냐 날선 설전이냐

최명길이냐 김상헌이냐 택하기 힘들듯
소설과 영화 모두 깊은 울림으로 남아

  • 승인 2017-10-08 00:10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남한산성표지
'남한산성' 소설 표지와 영화 포스터.
하얗게 하얗게 얼어붙은 강, 그 위의 붉은 피. 극명히 대립되는 두 인물처럼 책과는 전혀 다른 첫 인상으로 다가온 영화 '남한산성'.

책이냐 영화냐 고르라고 하면… 글쎄, 너무 어렵다. 최명길이냐 김상헌이냐 택일하라 강요하는 것과 같은 느낌…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더 감각적이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 더 깊이가 있을 것이다.

최대한 스포를 줄이는 선에서 원작소설 '남한산성'과 영화의 매력을 짚어본다.

① 전쟁이냐 설전이냐



영화는 5개월의 혹한을 견디며 담아낸 1636년의 병자호란을 완벽 재현했다. 전쟁영화이기에 등장하는 적군의 잘린 머리와 피투성이 전투, 무엇보다 서늘하게 아름다운 겨울풍경을 잘 담아냈다. 영화 내내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과, 코끝까지 서늘하게 얼어붙게 만든 눈발들이 글로는 몰랐던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반면 책에서는 청과의 전쟁보다 성 안에서 벌어진 그들의 말, 언쟁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살기 위해서' 길을 열어야 한다던 주화파 최명길과 '살기 위해서' 죽음을 택해야 한다는 척화파 김상헌의 설전이 압권이다. 그 둘 사이 번민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는 임금 인조. 김훈 작가는 소설 '남한산성'의 서두 문장의 주어를 '말[言語]'이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남한산성2
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② 같은 듯 다른 등장인물

책으로 만난 최명길과 김상헌은 신념은 다르지만 같은 충심으로 왕과 나라를 지키려는 사람이다. 작은 소리지만 단호하게 직언하는 명길(이병헌)이 상헌(김윤식)과 논쟁하는 과정에서 던진 "임금이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은 영화에서만 나온다.

담담하지만 힘 있게 대의를 지키는 김윤석의 이미지는 원작과 거의 흡사했지만 영화는 그의 마지막 생을 전혀 다르게 매듭지었다.

또 다른 실존인물 대장장이 '날쇠'역의 고수는 영화가 훨씬 영웅스러운 느낌이다.

③ 선택하려 노력하지 말길

선악,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남한산성'의 매력이다. 선뜻 누구의 편에 설 수 없다. 꺼져가는 나라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씨줄과 날줄을 이루며 살아남는다. 결국 임금의 굴복이나 사대부의 충정과 배신과는 상관없이 민초들은 본인들의 삶을 꿋꿋이 살아나간다는 의식이 영화와 책 구석구석에 녹아있다.

스틸컷2
영화 '남한산성' 스틸 이미지.
관객 혹은 독자라면 380년전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김훈 특유의 냉혹하고 뜨거운 말로 치욕스런 역사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소설 '남한산성'을 선택할 것인가. 2시간 20분(139분) 러닝타임, 2009년 '도가니'로 원작을 상회하는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는 황동혁 감독, 이병헌, 김윤석, 고수 주연의 영화로 만날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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