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소설 표지와 영화 포스터. |
책이냐 영화냐 고르라고 하면… 글쎄, 너무 어렵다. 최명길이냐 김상헌이냐 택일하라 강요하는 것과 같은 느낌…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더 감각적이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 더 깊이가 있을 것이다.
최대한 스포를 줄이는 선에서 원작소설 '남한산성'과 영화의 매력을 짚어본다.
① 전쟁이냐 설전이냐
영화는 5개월의 혹한을 견디며 담아낸 1636년의 병자호란을 완벽 재현했다. 전쟁영화이기에 등장하는 적군의 잘린 머리와 피투성이 전투, 무엇보다 서늘하게 아름다운 겨울풍경을 잘 담아냈다. 영화 내내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과, 코끝까지 서늘하게 얼어붙게 만든 눈발들이 글로는 몰랐던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반면 책에서는 청과의 전쟁보다 성 안에서 벌어진 그들의 말, 언쟁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살기 위해서' 길을 열어야 한다던 주화파 최명길과 '살기 위해서' 죽음을 택해야 한다는 척화파 김상헌의 설전이 압권이다. 그 둘 사이 번민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는 임금 인조. 김훈 작가는 소설 '남한산성'의 서두 문장의 주어를 '말[言語]'이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
책으로 만난 최명길과 김상헌은 신념은 다르지만 같은 충심으로 왕과 나라를 지키려는 사람이다. 작은 소리지만 단호하게 직언하는 명길(이병헌)이 상헌(김윤식)과 논쟁하는 과정에서 던진 "임금이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은 영화에서만 나온다.
담담하지만 힘 있게 대의를 지키는 김윤석의 이미지는 원작과 거의 흡사했지만 영화는 그의 마지막 생을 전혀 다르게 매듭지었다.
또 다른 실존인물 대장장이 '날쇠'역의 고수는 영화가 훨씬 영웅스러운 느낌이다.
③ 선택하려 노력하지 말길
선악,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남한산성'의 매력이다. 선뜻 누구의 편에 설 수 없다. 꺼져가는 나라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씨줄과 날줄을 이루며 살아남는다. 결국 임금의 굴복이나 사대부의 충정과 배신과는 상관없이 민초들은 본인들의 삶을 꿋꿋이 살아나간다는 의식이 영화와 책 구석구석에 녹아있다.
영화 '남한산성' 스틸 이미지. |
고미선 기자 misunyd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