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2017시즌이 끝났다. 한화 이글스는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김성근 전 감독의 중도사퇴로 팀은 어수선했고,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추진동력마저 상실했다. 결국, 한화는 올해도 가을야구에 실패하며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했다. 몇 년간 막대한 투자가 무색해진 순간이다. 한화는 올 시즌 144경기에서 팬들에게 즐거움과 감동,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그중에서 한화의 올 시즌 베스트 경기 5개를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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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일 잠실 두산전에서 안타를 치고 기뻐하는 한화 이글스 김원석 선수 모습. 사진제공은 한화 이글스 |
▲4월 1일 잠실 두산전…연장 11회 6-5 승 = 한화는 3월 31일 두산과의 개막전에 0-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한화는 2010년부터 이어진 개막전 연패(2014년은 우천 취소) 사슬을 끊지 못하고 7연패에 빠졌다. 지난 시즌 한화는 LG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패하면서 4월 농사를 망쳤다. 결국, 이 영향이 시즌 막판까지 갔다. 한화에게는 그래서 4월 1일 두산전이 중요했다. 한화는 5시간 7분의 혈투 끝에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꺾고 첫 승을 거뒀다. 승리의 주인공은 독립구단 출신으로 지난해 한화에 입단한 김원석이었다. 연장 11회 초 2사 만루에서 김원석은 두산 마무리 이현승으로부터 3루수 옆을 빠져 좌선상을 타고 가는 천금 같은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김원석은 이날 결승타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3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여러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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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마산 NC전에서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선수들 모습. 사진제공은 한화 이글스 |
▲5월 27일 마산 NC전… 감독 사퇴 후 첫 승 =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팀이 어수선했다. 김성근 전 감독이 5월 23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팀은 KIA에게 스윕패를 당한 후 NC에게도 1경기를 내준 상황이었다. 팀은 9연패에 빠져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8승29패로 승패마진도 -11이나 됐다. 시즌 초반이라지만, 더 이상 승차가 벌어지면 쫓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화는 이날 NC에게 6-1로 승리했다. 한화 선발 안영명이 컨디션 난조로 조기에교체됐다. 2회회 무사 1루 상황에서 교체됐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열망이 컸다. 이후 한화는 장민재, 송창식, 권혁, 정우람 등 불펜진이 실점없이 8이닝을 막아냈다. 타선에서는 하주석이 빛났다. 1-1 동점인 6회 2사 만루에서 하주석은 2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구창모의 6구째를 받아쳐 우익수 뒤로 넘어가는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결국, 한화는 7회와 9회 3점을 더 보태며 6-1로 승리했다. 10연패를 막는 결정적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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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일 대전 SK전에서 한미일 출루 역사를 쓴 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한화 이글스 김태균 선수 모습. 사진제공은 한화 이글스 |
▲6월 2일 대전 SK전…한미일 출루 역사 다시 쓴 '김태균'= 한화 이글스에 김태균은 상징적인 선수다. 일본리그 시절을 제외하고는 프로선수 생활 모두를 한화에서 뛰었다. 한화 연고지인 천안의 북일고 출신으로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계보를 잇고 있는 선수다. 그런 김태균이 한미일 통산 최다인 85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김태균은 6월2일 대전 SK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 출루하며 새 역사를 썼다. 1-0으로 앞선 1회 말 1사 2루에서 SK선발 문승원의 3구째 공을 받아쳐 우전안타를 치며 85경기 연속 출루기록을 세웠다. 이 안타로 김태균은 지난해 8월7일 대전 NC전부터 85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다출루 기록 보유자는 '전설의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다. 윌리엄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1949년 7월1일부터 9월27일까지 84경기 연속으로 출루했다. 그를 넘어선 것. 앞서 김태균은 4월 22일 수원 KT전에서는 64경기 연속 출루로 호세가 갖고 있던 KBO리그 최고 기록을 뛰어넘었고, 지난 5월16일 고척 넥센전에서는 70경기 연속 출루하며 일본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69경기)가 오릭스 시절 기록을 넘어선 바 있다. 이 기간 김태균은 380타석에서 타율 3할9푼9리(321타수 128안타) 53볼넷 3사구 20홈런 출루율 4할8푼4리를 기록했다. 김태균은 이후 1경기에서 더 출루한 후 4일 대전 SK전에서 프로야구 연속경기 출루 도전을 '86'에서 멈췄다. 팀 성적이 아쉬운 상황에서 나온 대기록으로 한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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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윌린 로사리오 선수 모습. 사진 제공은 한화이글스 |
▲6월16일 수원 KT전…로사리오의 '홈런쇼'=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 윌린 로사리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한 경기였다. 올시즌 로사리오는 타율 3할3푼9리 151안타 37홈런 111타점을 기록하며 한화 역대 외국인 타자 최고 기록을 세웠다. 2년 연속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다. 1루수로 주로 출전하며 수비에서는 큰 기여를 하지 못했지만, 타격만큼은 달랐다. 로사리오는 6월16일 수원 KT전에서 홈런 4개를 몰아쳤다. 4연타석 홈런은 KBO리그 역대 4번째 기록이다. 한 경기에서 4연타석 홈런을 친 것은 로사리오가 박경완에 이어 두 번째다. 로사리오는 이날 경기 전까지 18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었다. 4-0으로 앞선 2회 2사 1루에서 KT선발 주권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친 것을 시작으로 5회 정대현을 상대로 솔로포, 6회 배우열을 상대로 3점홈런, 7회 강장산을 상대로 솔로포를 치며 팀의 15-14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6회 3점홈런은 역전포였으며, 7회 홈런은 승부를 결정짓는 귀중한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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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재영 선수 모습. 사진제공은 한화 이글스 |
▲9월 16일 잠실 LG전… 신인 사이드암 선발 김재영 재발견 = 한화는 시즌 후반들어 젊은 선수들 육성에 주력했다. 가을야구 진출이 힘들어진데다 주전선수 상당수가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그중 한화는 선발투수 찾기에 주력했다. 특히 안영명, 윤규진 등 우완투수 일색인 상황에서 좌투수나 사이드암투수 찾기에 힘을 쏟았다. 올시즌 KBO리그에는 KIA 임기영과 KT 고영표 등사이드암 투수들이 존재감을 뽐냈다. 한화도 2016 신인 2차 1번으로 지명한 김재영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김재영은 팀 내 불분명한 입지와 프로에 높은 벽을 실감하며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김재영이 후반기 차츰 안정감을 찾았다. 9워 16일 잠실 LG전에서 김재영은 7이닝 6피안타 2볼넷 1실점(1자책)으로 시즌 4승째를 거뒀다. 특히 지난 7일 KIA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후 2경기 연속 호투였다. 김재영은 이후 2경기에서도 무난한 투구를 펼치며 내년 시즌을 기대케 하고 있다. 김재영은 1회를 제외하고는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땅볼 유도와 위기관리를 적절히 하면서 7회까지 단 1점으로 막아냈다. 이사이 타선은 8회 2점, 9회 1점을 뽑아냈다. LG선발 차우찬이 마운드를 내려오자마자 역전에 성공했다. 하주석과 이용규의 연속안타로 한점을 만들어낸 후 1사 2루에서 오선진이 역전 적시2루타를 치며 승리에 발판을 만들었다. 이어 9회 1사 2,3루에서 하주석의 희생플라이로 3-1 승리했다. 김재영을 비롯해 하주석, 오선진, 이동훈, 강상원 등 미래 자원들의 활약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경기였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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