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좋은글] 엄마는 '영혼의 모음'
엄마께
엄마… 밤이 깊었는데 잠이 오지 않아요.
특별히 마음이 어지러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엄마를 뵙고 온 날은 늘 그래요.
한달에 두 번 정도 엄마를 찾아가는 저로서는
그 한번 한번이 만남이라기보다
작별의 의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갖가지 추억과 생각에 끄달리는가 봅니다.
생애의 끝에 다다른 엄마의 시간을 가늠하는 일은
한순간도 쉼없이 타들어가는
초의 심지를 보는 안타까움이기도 합니다.
머지 않은 어느날, 전혀 예상치 않았던
하루 중의 어느때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겠지요.
언젠가는 닥칠 일이라고 알고는 있으나
또한 언제나 돌연하고 충격적익 마련인 소식에 멍해지면서
이렇게 제 인생의 한 고비를 또 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겠지요.
엄마란 제게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생각해봅니다.
나의 원년, 내 근원의 모태, 나의 가장 처음 방,
세상과의 첫 눈맞춤, 나의 최초의 언어……
내 존재의 비롯됨으로부터 모든 '첫'을 이르는 것.
엄마가 떠나시면 내가 아기였을 때를 말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겠지요.
내가 얼마나 예쁜 모습이었는지 어떻게 첫말을 했는지
어떻게 첫눈을 맞췄는지 기억하고 말해줄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은
바로 한 세계의 사라짐입니다.
아기가 처음내는 '엄마'소리는
영혼의 모음(母音)이라지요.
60대 중반에 이른 딸은 100세를 바라보는 엄마를 향해
'엄마'라고 부릅니다.
-소설가 오정희씨의 글 '엄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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