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팻말이 안내하고 있는데 멀리서 보면 울창한 숲으로 보일 뿐 이 안에 한민족의 국권수난 역사가 담겨 있다고는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1976년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고국을 떠나 망국의 서러움과 갖은 고난 속에서 고향을 그리며 숨진 재일동포들의 건의를 받아 처음 조성하게 됐다.
그해 6월 망향의동산 조성 기본계획을 확정해 추진위를 구성한 뒤 1차 송환된 213기를 10월 안장해 합동위령제를 열어 공식 개관했다.
현재는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말라위,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해외동포 영령들이 잠들어 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동원된 해외동포들이 고국 땅을 밟는 꿈을 실현하는 장소이자, 후손들에게 국권상실의 아픔과 교훈을 일깨워 주는 역사적 장소다.
출입구를 지나 정중앙에는 영혼의 승천을 상징하는 위령탑이 있고, 매장 형식의 묘역, 봉안실의 망향의집이 있으며, 국립현충원과 유사하다.
특히, 망향의동산에는 1983년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만행으로 격추된 대한항공 여객기 탑승객 희생자 269명의 명복을 비는 추모탑이 있다.
또 6.25전쟁에 참전한 재일학도의용군의 추모비와 제2차 세계대전 중 강제동원돼 무고하게 희생된 해외동포 중 무연고자를 합장한 묘역도 이곳에 있다.
최근에는 일제 위안부 강제징용을 증언한 요시다 세이지가 세운 일제 강제징용 사죄비를 그의 아들이 전직 자위관 남성을 시켜 비석 상판을 훼손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일제강점의 역사적 현장으로 주목받았다.
또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도 곧 설치될 예정이다.
묘역을 거닐며 잠들어 있는 이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지난 100년간 역사적 고난을 마음 속에 다시금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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