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주영 |
[추석 좋은글] 우리의 당신! 어머니
우리의 당신!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유년시절 밤에 고열로 몸이 아플 때
나를 들쳐 엎고 그 높은 산동네에서
쉬지 않고 뛰어 내려와 병원으로 달려가신 당신
당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때 반장이 되었을 때
다음날 빵과 우유를 50개씩 싸와서
반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시던 당신
난 당신께 짜증을 부렸습니다.
왜 창피하게 학교까지 왔냐고……
그때 난 보았습니다.
나의 그러한 태도에도 마냥 대견해 하신 모습을……
초등학교 5학년 때 보이스카웃 여행을 갔을 때
당신도 따라왔습니다.
내가 가는 곳마다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시던 당신
유난히도 사진 찍는 것을 싫어했던
나는 또 짜증을 내었습니다.
그때도 난 보았습니다.
당신의 어색한 웃음을……
가난했던 시절
내가 그렇게 갈비를 먹고 싶다고 졸라도
사줄 돈이 없으셨던 당신.
하루는 그동안 모으고 모은 돈으로
나에게 갈비를 2인분이나 사주셨던 당신.
그때 난 보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식은 나물 찬밥을 드시던 당신……
내가 삼류 대학에 입학했을 때
당신은 마음속으로 실망이 대단히 크셨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기죽을까봐
'잘했다고 수고했다' 고 다독 거려준 당신!
그때 난 보았습니다.
당신의 미소 뒤에 서글픈 미소를……
내가 군대 훈련소에서 병원을 갔을 때
조교의 눈을 피해 몰래 전화를 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너무나 감격해
울먹였습니다.
하지만 들킬까봐 채 1분도 통화하지 못하고
끊어야 했습니다.
그 때 난 들었습니다.
당신의 흐느낌을……
내가 불혹의 나이가 지나고
당신이 나이 칠 십 먹은 노인네가 되었을 때
그 때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 걱정에 마음 조릴 당신의 모습을……
그런 당신을 난 어머니라 부릅니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사랑밭 새벽편지'에 실린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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