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이기주/말글터)=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언어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 등 나름의 온도가 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기도 하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으로 위안을 얻는다. 이렇듯 '언어'는 한순간 나의 마음을 꽁꽁 얼리기도, 그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 저자 이기주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아냈다.
▲나의 한국현대사(유시민/돌베개)=자신을 프티 부르주아 리버럴이라 부르는 유시민이 대중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들여다 본 '한국 현대사 55년'의 기록이다. 저자가 출생한 195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현대사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큰 줄기로 삼고 자신의 체험을 잔가지로 이어, 보고, 듣고, 겪고, 느낀 사건들을 엮었다. 저자는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우리의 현대사를 살펴본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부정 선거와 4·19혁명으로 인한 하야, 곧이어 일어난 5·16 군사쿠데타와 18년의 군사독재, 산업화를 이루기 위한 경제성장, 전두환 정권과 5·18 광주민중항쟁, 1970년대 반독재투쟁, 1980년대 민주화투쟁, 노태우·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와 함께 일상사, 문화사 등 주요 역사적 사실들이 담겨 있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이다혜/예담)=팟캐스트 '빨간책방',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 등 다양한 매체에서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사랑을 받아온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첫 여행에세이.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함께 공감하는 책이다. '여행'과 '떠남'에 대한 저자만의 시선과 생각들을 담아, 때론 쿨하고 때론 정감 가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여행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떠남'을 시도하는 것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또 여행의 목적과 가치에 너무 비중을 둘 때도 많다. 저자는 여행이란 예정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평소보다 조금 더 유연하고, 즐겁게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여행에 대한 생각의 힘을 뺀다면 좀 더 여행을 여행 자체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하면서.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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