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국립공원 세조길을 관람객들이 거닐고 있다. |
대전과 1시간가량 떨어져 있다 보니 가족, 연인, 친구, 친척과 함께 방문하기 더할 나위 없다. 지난해 9월 새롭게 개통한 뒤 70여만 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가 높다. 도심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안성맞춤이다. 긴 연휴 마음의 평온함을 원한다면 속리산 세조길이 제격이다.
속리산 국립공원 세조길에 들어서기 눈을 매료시키는 소나무가 있다. 무려 정2품의 벼슬을 가진 속리산 터줏대감 '정이품송'이다. 세조가 탄 가마가 나뭇가지에 걸릴까 염려한 소나무가 스스로 자신의 가지를 들어올려 배려했다고해 내려진 벼슬이라고한다.
550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채 법주사를 지키고 있다. 많은 관람객은 정이품송을 보기 위해 올 정도다. 사연을 듣지 못해도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조차 평온하게 만든다.
법주사로 발길을 재촉하다 보면 속리산 자연관찰로가 나오는데, 계곡을 따라 걷고 거닐면 법주사와 속리산 정상 사이에서 드디어 '세조길'을 만날 수 있다. 임금 세조가 걸었던 그 길을 시간이 지난 후 걷기 좋게 조성한 곳이 바로 세조길이다. 산책하기 좋은 10월 초, 산속은 시원함을 넘어 상쾌함을 선사한다.
새들의 지저귐은 자연이 연주하는 노랫소리로, 삼삼오오 모여가는 관람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있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아스팔트 도로 옆 작게 마련된 길을 따라 걸으면 발에 느껴지는 땅의 감촉이 폭신하다. 그동안 도심의 길에서 고생한 발에 위안을 주는듯하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오르막이 완만하다 보니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걷기 좋다. 걷는 게 힘들면 자신도 모르는 짜증이 솟구칠 만도 한데, 세조길은 약간의 호흡만이 가빠질 뿐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이도 선비가 된 듯 어기적어기적 걷다 보면 작은 저수지를 만날 수 있다. 인근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상수도웅덩이다. 중간중간 마련된 벤치는 널따란 상수도소류지와 맞닿아 있어 잠시 앉아가기 좋다.
세조길의 하이라이트는 세심정이다. 피부병에 걸린 임금 세조가 이곳에서 목욕하고 완치를 했다고 한다. 세조길을 거닐며 느꼈던 편안함은 오래전 세조가 걸었기 때문인지 그간의 고민마저 잊고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만든다.
이 코스는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연휴의 마지막을 쾌적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남은 연휴 세조길을 거닐어보는건 어떨까.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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