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
펀드 매니저인 서석우(공유)의 모습은 매우 차갑고 계산적인 현대인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하 직원을 불러서 바이오 회사의 매각할 것을 명령한 뒤에 "언제 개미들 신경쓰면서 우리가 거래했어?"라는 말속에서 가혹한 세상속에서 생존하는 것만이 성공의 명제가 되어버린 현대사회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다.
이혼 소송을 밟고 있는 석우에게도 오직 한 사람 마음을 통하고 싶은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딸인 '수안'이다. 생일을 맞아 엄마를 만나고 싶어하는 딸 때문에 석우는 부산행 KTX 열차를 타게 된다. 그렇게 KTX열차가 출발하려고 하는 찰나 서울역 주변에서 이상한 낌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만 그것을 발견한 것은 가장 어린 석우의 딸 수안이었다.
객실내의 승객들의 표정은 너무나도 여유롭다. 오랜만에 함께하는 아빠와 딸, 그리고 자매, 원정경기를 떠나는 고등학생 야구선수들, 그리고 뱃 속의 아기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의 모습까지 언제라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평화가 빠르게 달리는 기차 속에서 계속된다.
하지만 그 평화는 순식간에 깨져버린다. 마지막에 탄 초대받지 않는 손님이 바로 감염된 사람이었고, 그 감염된 사람이 승무원을 감염시키며 급속도로 감염이 진행된다.
심상치 않은 상황을 인지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앞칸으로 이동하는 데 몰려드는 좀비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개개인이 가진 내면의 모습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과연 부산까지 성공적으로 도착할 수 있을까?
한국판 좀비와 그로 인한 여러 혼란을 묘사하는데에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때론 출연자들의 썰렁한 농담으로 유쾌하게 때론 박진감 넘치는 액션씬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감정 짜내기식 신파극이라는 비난을 피할수는 없지만 어쩌면 한국형 좀비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아닐까?
/김흥수 기자 tinet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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