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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배되고 있는 단감은 모두 일본에서 도입된 품종으로, 재래종은 전부 떫은 감이다. 우리가 홍시나 곶감을 만들어 먹었던 것은 겨울철 간식으로 먹기 위해 말려 저장하려는 지혜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가을에 그냥 먹기에는 재래종 감의 단맛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소리 내 읽는 것과 비슷한 '감'의 발음은, 마치 제철을 스스로 알리는 것 같아 귀엽게도 느껴진다. 감에게는 '감 고장의 인심'이라는 속담도 있는데, 감나무가 많은 고장에서는 누가 감을 따 먹어도 아무도 말리는 법이 없다는 의미다. 감나무가 많은 동네면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까치밥으로 하나 둘 남겨 둘만큼 아쉬울 것 없이 열리는 감이다. 물론 감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농가에서는 안 될 말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지만, 감은 다르다. 감 씨를 심으면 감나무가 아닌 고욤나무가 자라는데, 3~5년쯤 뒤에 기존의 감나무를 잘라서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야 이듬해부터 감이 열린다. 이런 감나무의 특징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바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참된 사람이 된다는 예로 이어졌다. 열매를 맺는 감나무를 잘라보면 열매없는 감나무와 달리 검은 심이 있는데, 이 역시 자식을 낳고 기르느라 까맣게 탄 부모의 가슴 속에 비유되기도 한다. 감은 가을을 실감(實感)하게 하면서, 명언으로 이어지는 감동(感動)도 주는 과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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