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전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긴 추석 연휴는 근로자들에게 그다지 반갑지 않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지만 정해진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졸린 눈을 비비고 출근길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제조 공장은 근로자들 사이에서 '연휴'란 단어가 금지어가 됐다. 모두가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예민해진 탓이다. 이 공장의 근로자 A씨는 "명절 전에도 현재도 연휴라는 단어는 모두가 쓰지 않고 있다"며 "같은 직장인인 친구들은 10일간의 연휴에 해외를 가거나 국내 여행을 간다고 하는데, 쉬지 못하는 입장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의 또 다른 주류 제조공장도 연휴 기간 3교대로 출근해야 한다. 근로자 입장에선 공장 가동을 멈추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몇몇 직원들은 나와야 한다. 근로자 B씨는 "다른 제조공장은 일을 안 한다고 하는데, 우리 공장은 몇 명이 나와서 일을 해야만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한다"며 "일하기 싫지만 내가 나와서 일을 하지 않으면 가족의 생계가 힘들어질 수 있어 참고 일을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줄어들거나 낮아진 명절 상여금도 근로자들을 힘들게 한다. 내수경기 침체와 잇따른 경영악화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올해는 회사 사정이 힘들어지다 보니 상여금은 고사하고 명절 선물마저 없다"며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지역 중소기업 8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상여금 지급과 관련해 '지급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53.9%로, '지급계획이 없다'라고 응답한 업체는 33.3%로 집계됐다. 지급계획이 없다고 답한 업체 중 14.1%는 경영 곤란을 이유로 꼽았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계 인사는 "정부가 모든 근로자들이 공평하게 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며 "매년 명절마다 이어지는 중소기업 관련 종사자들의 고충을 듣고, 이에 대한 해결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