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훈 씨의 반려견 퉁이. |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았다.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고 하니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반려동물은 시골 집 마당에서 도둑을 지키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다.
세월은 흘러 1인가구와 고령층이 많아졌고,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 단순히 낯선사람을 경계하기 위한 용도에서 때로는 가족으로, 때로는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친구로 반려동물 문화는 거듭 발전했다.
반려동물이 생활과 밀접해진만큼 생명을 소중히하지 않는 이들도 많아졌다. 대전에선 지난 2015년 동구 인동에서 산 채로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개가 발견돼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또 지역의 유기견 수도 해마다 늘어가며 생명에 대한 인식이 추락하고 있다. 이에 반려동물 보호자들 반려동물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인터뷰해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문화를 조성하려한다. <편집자>
직장인 장성훈(30·대전 서구 도안동)씨는 말티즈인 '퉁이'<사진>를 기르고 있다. 장 씨가 퇴근 후 집에 갈때면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다. 장 씨와 그의 가족 퉁이의 만남은 지난 200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을 잃고 방황하던 퉁이는 힘든 몸을 이끈 채 장 씨의 아버지 회사로 찾아들어왔다고 한다.
통상 길을 잃은 유기견이라면 내쫓았을테지만 장 씨의 아버지는 퉁이를 회사로 거둬주면서 인연은 시작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개와 사람의 만남에도 하늘이 내려준 운명이라는 게 있었던 것 같다고 장 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회사 여건 상 오랜 기간 돌봐주지 못하는 탓에 퉁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장 씨 아버지는 장 씨에게 소식을 전했고, 퉁이는 장 씨 가족의 일원이 됐다.
자신을 거둬준 보답을 한 걸까. 퉁이는 장 씨 집에 들어온지 한 달여만에 새끼 3마리를 낳는다. 장 씨는 "오랜 기간 방황하던 중에 새끼를 갖고 집으로 찾아온 게 아닐까 싶다"며 "집에서 무뚝뚝하고 차가운 편인데, 퉁이와 그 새끼들 덕분에 집안에 화목하다"고 밝게 웃었다.
퉁이와 퉁이 2세들의 모습. |
퉁이를 가족처럼 생각하던 장 씨는 퉁이를 잃어버렸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거린다고 한다. 산책을 준비하려고 문을 잠시 열어 뒀을 때 퉁이가 아파트 계단으로 뛰쳐내려가 두 시간 동안 찾지 못했던 때를 떠올렸다. 장 씨와 가족들은 온 동네를 샅샅이 뒤졌다.
마치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옆 동네를 찾던 장 씨와 가족들은 놀이터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던 퉁이를 발견했다. 이때 장 씨는 하마터면 또 다시 유기견으로 만들뻔 했던 자기자신을 탓하며, 퉁이를 평생 책임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장 씨는 "퉁이는 오랜 기간 친구처럼 지낸 가족같은 사이"라며 "우리 가족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기 때문에 퉁이가 운명을 다할때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입양을 고민하는 이들에 대해선 "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느끼고 행동하는 존재로, 한 번 입양을 마음먹었다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어릴 때 귀여워서 데려왔다가 늙었다는 이유로 버리는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오랜 기간 지내온 가족을 버릴 수 있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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