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트리파크, 격전지에 핀 평화의 공원
‘동물이 있는 수목원’ 세종시 전동면에 위치한 베어트리파크의 자기소개 문구다. 베어트리파크는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조차 동물원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정원이 아름다운 공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만큼 잘 가꿔진 숲과 동물을 조화롭게 관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자에게는 베어트리파크는 치열한 전쟁터에 피운 평화의 꽃송이 같은 느낌이다. 세종시 전동면은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전쟁직후 거침없이 남하하는 북한군 3·4사단과 한국에 상륙한 미군 24사단 21연대가 맞붙은 개미고개 격전지다. 국도 1호선과 경부선이 만나는 교통요점으로 남쪽에 대전을 방어하기 위해 미군은 이곳서 나흘간 전투를 벌어 수많은 피를 흘리고 후방 금강전선으로 후퇴했다. 개미고개 격전지라고 불리며 지금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유해를 찾는 곳으로 당시 미군의 커피봉지나 탄피, 불발탄 등이 나오고 있다.
그런 곳에 숲과 공원을 가꾼 베어트리파크의 평화로움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한나절을 지루할 틈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부지에 1000여종, 40만여점의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그것도 나무의 수령이 오래돼 햇볕을 적절히 가려준 덕에 한여름에도 양산 없이 걸을 수 이다. 국가정원이라는 순천만에서 갓 싶은 나무가 충분히 자라지 않아 땡볕에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적막한 공원을 거닐다 마주하는 반달가슴곰의 우람한 모습은 순간 다른 곳으로 잘못왔다 싶을정도로 보는 이를 당황스럽거나 놀랍다. 곰이 먹기에 적절하게 만든 것으로 보이는 먹이도 현장에서 판매하는데 손 흔드는 곰이나 재롱 부리는 야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베어트리파크는 송파(松波) 이재연 설립자가 세운 것으로 독림가의 노력이 곳곳에 베어 있다. 옛 송파농원은 1963년 경기도 의왕시에서 처음 개원해 1975년 국내 최초 양란 조직배양에 성공했단다. 1991년 의왕시 소재 송파원 보유 수목을 세종시 전동면 현 위치로 옮겨와 2009년 5월 베어트리파크라는 이름으로 일반에 개방됐다. 최소 20년 이상 가꾼 정원이고 개방한 지는 채 10년이 되지 않은 것이다.
수목원을 관람하던 중 송파 이재연 회장과 구자혜 여사의 동상을 볼 수 있는데 그곳에는 “꽃과 나무, 못과 조각, 산짐승,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두 분의 정성과 땀이 서려있지 않은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베어트리파크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3대가 즐거움을 만끽할 곳으로 손색없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