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수저의 의미와 함께 먹는 밥의 행복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수저의 의미와 함께 먹는 밥의 행복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7-09-29 00:00
  •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숟가락
지난 주 "함께하는 식사의 행복"이란 글이 보도된 후 많은 분들께서 "밥 같이 먹자!"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아마 연락을 주신 분들도 한번 만나고 싶은데 차일피일 미루다 만나지 못하고 있음에 공감을 하신 모양입니다. 연락을 주신 분들과 바로 약속을 잡고 정말 즐거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 덕에 혼자 먹는 도시락을 이번 주에는 먹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행복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함께 한다'는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고 그 또한 행복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함께 식사하는 것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수년전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면서 일어나는 것들을 개그로 엮어 인기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하는 말 중에 "밥 묵자!"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유행어가 되었던 "밥 묵자!"라는 말이 갖는 의미는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밥을 먹는 행위에 국한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이 말 한마디로 다른 것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또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살기 위해,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적어도 내게는 밥은 먹는 것이 갖는 의미는 어찌 보면 참 신성한 의식과도 같습니다. 조금은 과장된 것 같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자들이 내게 주례를 부탁할 때, 신혼부부에게 결혼 선물로 수저를 선물합니다. 그리고 그 수저의 사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합니다. 누군가 '왜 수저를 선물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래 전에 이런 메일을 보낸 적이 있어 발췌합니다.



조금은 지난 감이 있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수저의 의미가 있어 다음에서 그 때 답으로 썼던 답글을 소개합니다.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수저는 밥을 먹을 때 쓰는 도구입니다. 물론 수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수저는 밥을 먹을 때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수저가 없다면, 밥을 먹는데 참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 식습관이 국과 밥 등으로 국물이 많은 우리 한식을 먹는데 수저가 없다면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서양 음식과 같이 스프가 따로 나와 역시 숟가락으로 스프를 먹어야 하지만, 스프는 따로 먹기 때문에 보기에도 불편할 수 있지만 그냥 스프그릇을 들고 마실 수도 있습니다. 굳이 숟가락이 없어도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음식을 먹을 때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다 사용됩니다. 그래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합쳐서 '수저'라고 따로 명칭을 붙였나 봅니다. 물론 서양음식을 먹을 때 쓰는 나이프와 포크를 통칭해서 부르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수저'와 같이 정감이 가지는 않습니다.

나는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기보다는 주로 젓가락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국을 먹을 때도 먼저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건저 먹은 후에 나중에 국물을 따로 먹습니다. 그러니 밥을 먹으면서 숟가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누룽지를 먹으려면 반드시 숟가락을 사용해야하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수저는 숟가락 하나도 아니고 젓가락 하나도 아닌, 숟가락과 젓가락이 합해져야 '수저'가 됩니다. 둘이 합해져야 하는 것이 수저 말고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동일한 용도를 위해 서로 다른 것이 모여 두개가 마치 하나로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수저'입니다.

이런 수저를 나는 매년 꽤 많이 삽니다. 예전에는 은수저를 샀는데, 요즘은 너무 비싸 유기로 된 수저나 나무로 만든 수저를 삽니다. 이 수저를 내가 직접 쓰려고 사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이 수저는 내가 제자들의 결혼식 주례를 해야 할 경우, 신혼신부에게 주는 나의 선물입니다. 그리고 이 수저 한 쌍에 나만의 의미를 담아서 선물합니다.

서로 다른 것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로 합쳐 하나로 합해져야 한다는 의미가 그 첫 째입니다. 그 다음 두 번째 의미는 좀 다릅니다.

나 역시 결혼을 해서 살다보니, 의견이 다를 때도 있고 사소한 것으로 마찰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자존심 때문에도 그렇고 머쓱해서도 그렇고, 아무튼 화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이 수저를 꺼내서 같이 밥을 먹으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이 수저가 서로에게 화해를 청하는 의미로 받아들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같이 밥을 먹은 후에 서로를 용서하고 서로에게 미안함을 받아들이라고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내가 갖는 함께하는 식사의 중요한 의미와 수저가 갖는 의미입니다.

이번 주말 다시 온 가족이 모입니다. 함께하는 식사의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 혹 그 동안 불편했던 분이나 만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번 주말 함께 식사하는 행복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1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