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집중하거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는 습관 때문에 생긴 주름이다. 만약 웃어서 생긴 예쁜 눈가 주름이라면 이처럼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많이 웃고 인상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전엔 거울을 잘 보지 않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아침마다 거울로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이 40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말은 40대가 되면 그동안 삶의 모든 희노애락이 얼굴에 담겨지지 때문에 생긴 말일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지혜를 얻고 인간적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변화되는 모습이 얼굴에 나타난다고 한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예뻐도 정이 안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쁘진 않아도 웃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친근감이 들고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예쁘고 잘 생긴 외모를 타고 난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큰 선물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외모를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살아가면서 변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것을 잘 말해주는 일화가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리던 때였다. 예수님의 얼굴 모습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던 다빈치는 도시로, 시골로, 수도원으로 돌아다니며 예수님과 같은 얼굴을 찾으려고 애써 보았지만 다 헛수고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의 어느 조그만 성당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성당 제대(祭臺) 앞에서 성체 조배(朝拜)를 하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저 얼굴이 바로 예수의 얼굴이구나" 라며 그 얼굴을 그려 예수님의 얼굴을 완성했다.
그런데 이번엔 가롯 유다의 얼굴을 그려야 하는데 그 음흉한 얼굴이 도저히 떠오르지를 않았다. 다빈치는 또 그 얼굴을 얻기 위해 술집으로, 형무소로, 깡패소굴로 있을 법한 곳을 3년 동안 헤매고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친 발걸음으로 길을 걷고 있을 때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주정뱅이의 얼굴에서 유다스의 얼굴울 찾을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바로 그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최후의 만찬 중 예수님의 모습 |
최후의 만찬 중 가롯 유다의 모습 |
얼굴을 한참 그리고 있는데 술에 취해 있던 주정뱅이가 잠에서 깨어났다. 잠을 깬 주정뱅이는 허락도 없이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있는 다빈치에게 언짢은 목소리로 왜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다빈치는 "당신의 얼굴에서 유다스의 얼굴을 찾아냈습니다"라고 하자 그 말을 들은 주정뱅이는 대성통곡을 하며 자신이 바로 3년 전 예수님의 모습이라며 당신이 그리던 청년 '삐에뜨로 빤지넬리'라고 했다.
이처럼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을 짐작할 수 있고 살아 온 모습에 따라 얼굴이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탐욕스럽게 살면 순진하고 깨끗하던 얼굴도 탐욕이 가득 한 얼굴로 변할 것이고 시기와 질투심으로 가득한 삶을 살면 심술과 살의가 얼굴에 그대로 묻어날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도도함이나 자부심, 생기, 총명함, 품위, 지성 등을 나타내며 그것은 그 사람의 품격과 인성을 말해준다고 한다.
웃는 아기 얼굴이나 평화로운 촌로, 성직자의 얼굴을 보면 누구나 마음의 평정과 기쁨을 느끼며 보는 사람도 마음이 맑아지고 즐거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선한 이는 맑은 기운을 발산하기 때문이고, 그 기운은 남들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얼굴은 그 사람을 대변해주는 문패이고 마음의 거울이다.
오늘을 정직하게 생활하고 남을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보람된 하루를 보낸다면 다음날 아침엔 환한 나의 예쁜 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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