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회장이 불명예스럽게 중도하차한 후 잔여임기인 1년 반을 수행해야 하는 박 회장은 추락한 예총의 위상회복부터 지역 예술계의 내홍을 잠재우고, 침체된 지역예술계의 분위기를 쇄신해야 하는 산적한 현안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래서 취임 일성으로 그는 그럴듯한 장밋빛 청사진 보다는 현실적인 예총의 현실과 상생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진정성을 앞세우며 정공법을 통해 예총의 위상찾기에 나선 박홍준 대전예총을 만나 취임 후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운영계획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그동안 대전예총이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예총 회장후 취임후 가장 많이 듣는 것이 대전예총의 떨어진 위상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상이라는 것이 누군가가 내린다고 해서 내려지는 것도 아니고, 올린다고 해서 올려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표면적으로 떨어졌다고 느끼는 것은 그동안 대전문화재단이 생기기 전만큼 대전예총 주도의 여러 행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전만큼 예총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인데 대전문화재단이 출범한 이후 대전문화재단과 대전예총을 많이 비교하지만 그것 맞지 않다고 본다.
출발선상에서 놓고 보면 대전예총은 평생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고, 또 문화재단은 예술인들에게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과 우리는 출발점이 다르고 그런면에서는 정의도 달라야 한다.
-취임 후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예총은 당초 설립목적이 개성이 다른 여러 단체가 시너지를 내자고 설립된 단체다.
그래서 취임식에서도 처음 설립한 목적 그대로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예총이 다른 단체들 위에 군림하거나 몇몇 단체, 몇몇 회원들과만 얘기를 하는 것보다는 처음 만들어진 목적으로 돌아가서 더불어 밀어주고 챙겨주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예산이 잘 운영되는 곳이나,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 곳을 벤치마킹해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다.
-그러려면 1년 6개월이라는 기간이 짧아 보인다.
▲예총회장으로 취임할 때 어떤 선배께서 "예총 회장을 직업으로 생각하면 100%실패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사실 이 자리에 있으면 모든 회원을 만족시킬 수 없다. 하지만 자리를 지키려고 욕심을 내다보면 결국 조직이나 내게나 모두 독이 된다.
재직 중에 잡음이 나온다면 재임을 위해서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구태여 무리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예총회장으로 취임한 후 한달 반 동안 가장 큰 당면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은 문화예산 볼륨을 키우는 것이다.
지금 문화 수준은 굉장히 높아졌지만 문화인프라에 들어가는 예산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 공감대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싶다.
-요즘 전 사회적인 서울 집중과 함께 문화의 서울 집중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더불어 대전예총의 노쇠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노쇠화해졌다는 것은 어떤 컨셉을 갖고 가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다만 대전예총에서 발행하는 예술지는 컨셉 연령을 낮출 계획이다.
아쉬운 점은 현재 모든 정책이 청년 작가들을 등용해 작품을 발표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예산 지원하는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간과하고 있는 것이 젊은 작가들을 챙기는 것과 동시에 실버 작가들도 챙겨야 한다.
작가들이 연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보조를 받는 것도 아는데 사회적으로 청년작가에만 촛점이 맞춰지다 보니까 실버 작가는 완전히 잊혀져 버렸다.
심지어는 돌아가셔도 몇 달 후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젊다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작가라도 능력 없고 잘 하지 못하는 작가와 앞으로 두드러질 작가를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
-요즘 들어 전임 예총회장의 중도 하차나, 대전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둘러싼 문제 등 갖가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왜 이렇다고 보는가?
▲그동안 없던 문제들이 갑자기 툭 튀어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예술하는 사람들은 사고가 자유롭고, 또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사람들인 만큼 일반인 같은 감성을 요구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맞지 않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이런것들에 대해 어느정도 용인해주는 문화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사회 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술가들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높아졌다. 예술가에게도 똑같이 높아진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갑자기 예술계가 더 시끄럽고 문제가 많아 보이는 점도 있다.
-앞으로 잔여 임기인 1년 6개월 동안 재임하게 됐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취임 후 잘되는 예총을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었다. 이 부분은 지금 하고 있다. 다만 이것은 무조건 선진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에는 선진국 후진국이 없다. 지금도 지역문화계의 발전이 중앙무대에서 활발히 활동중이다.
세계적으로도 중국을 비롯해 동양 문화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냐가 바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시스템적인 문제인 것 같다.
또 한가지는 대전예총의 당면한 문제가 많지만 임기중에 모두 변화시키겠다거나, 무슨 획기적인 결과물을 내겠다는 생각은 없다.
갑작스럽게 변한다는 건 가능하지가 않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오만이다.
다만 문화계 풍토가 바뀔 수 있도록 우리 예총이 앞장서고 재임하는 동안은 투명한 재정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재정 운영에는 만전을 기할 생각이다.
대담·정리=오희룡 교육문화부장, 사진=이성희 기자 huily@
▲박홍준 회장은
1956년생. 충남고 졸. 충남대졸. 한남대 대학원 졸.대전미협회장 역임. 2017 대전국제아트쇼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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