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달라진 풍경
中. 지역경제에 미치는 명과 암
下. 청탁금지법 개정 목소리
부정청탁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수수 등을 적발·예방하면서 청렴한 문화를 가져왔지만, 식사와 선물 비용을 각 3만·5만원으로 제한하면서 외식업계와 축산·화훼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에 상한선인 금액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곳곳에서 일고 있다.
우선 대전지역 한우업계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 이후 첫, 설 예년보다 20%가량 매출이 줄었다. 다가오는 추석도 설보다 매출이 줄어들진 않을지 걱정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대전 유성구 금고동에서 한우 농가를 운영하는 백 모씨는 "한우 특성상 5만원이 넘지 않는 선물을 만들기 어렵다"며 "올 추석은 설보다 매출이 더 줄어들어 앞으로 한우 농가들의 서러움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축산업계는 선물 제한금액인 5만원을 상향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농가들이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국산 제품이 수입 육류에 밀릴 것이란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역 축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5만원 미만인 제한금액에서 2배인 10만원으로 해놓아야 한우 업계가 살아날 수 있고, 농·수산물 같은 경우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제한금액을 풀어줘야 한다"며 "공직자들의 청렴한 문화를 만들고 있음에는 공감하지만, 이대로 금액이 풀리지 않는다면 한우 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외식업계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하락한 상황에서 지난 몇 년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조류인플루엔자(AI), 살충제 계란 파동 등으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은 외식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3만원 미만으로 식사가 제한되면서 저녁 술자리가 줄어들어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서구 만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점심때는 2만 9000원 메뉴로 줄어든 매출 하락을 방어했지만, 저녁때 술 한 잔만 기울여도 3만원이 훌쩍 넘어가니 모임 자체를 잘 갖지 않아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난·화환을 취급하는 화훼업계도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다. 화훼업계는 난 시장의 주된 고객이었던 공무원들이 구설에 오르는 것을 꺼리면서 매출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탄식한다. 통상 9월 인사이동이 이뤄지면서 난을 취급하는 화훼업계는 성수기를 맞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줄었다. 또 회사마다 보내던 축하화환도 예년만큼 나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역 화훼업계 관계자는 "화환이고, 난이고 5만원 미만으로 나가는 제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은 매출 하락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계도 부정청탁금지법이 금액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지역 경제계 인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지역 경제계의 청렴한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금액이 적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매출 하락으로 작용했다"며 "각 업계의 사정을 고려한 금액의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방원기 기자 bang@<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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