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
이기심이 가득한 자신의 행동을 우연히 발견하고서 하염없이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항상 선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일순간에 무너진 놀라운 상황을 맞이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내 자신이 무엇을 중심으로 살아가는지를 깊이 보고자 했습니다. 내 자신의 깊은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보게 됐습니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거리며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가 큰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성취욕구로 인하여 부자 되고 싶은 욕망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본 것입니다. 이러한 자신이 새로운 인간으로 변하는 길을 궁리하게 됐습니다.
인간의 새로운 변화는 책과 사람과 삶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첫째는 ‘책’입니다. 먼저 살아온 선배 인류의 족적을 기록한 책을 살펴봄으로 인하여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기도 하고 선택도 합니다. 중세유럽에서 무역업으로 인하여 새로운 부가 넘쳐 어찌할 줄 모를 때 그 새로운 부의 합당한 길을 고전에서 찾고자 한 것이 르네상스문화입니다. 산업자본이 넘치고 금융자본이 넘쳐 새로운 부가 다가온 우리시대, 새로운 부 앞에서 무너지는 영혼을 위하여 우리는 사서삼경과 불경, 성경이라는 경전에서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큰 가르침이 새겨진 오래된 책으로 우리의 미래를 찾아갑니다. 특히 책은 성장기에 인간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둘째, 인간의 변화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인간은 그가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가치와 생활양식이 달라집니다. 어떤 아버지 혹은 어떤 어머니인가에 따라서 자녀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선생님을, 어떤 친구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집니다. 귀하신 어르신을 만나면 말보다 먼저 무릎을 꿇게 됩니다. 큰 어르신을 뵈면 자신의 참된 변화를 얻게 됩니다. 영국의 서색스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시는 가빈 성공회신부님이 계셨는데 자기 사무실을 깨끗이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자신의 귀한 멘토라고 합니다. 대학청년이 자신의 갈 길을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삶의 길을 가르쳐 주신 할머니가 귀한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차별두지 않고 긴장없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특별히 신이 보낸 주신 분으로 귀하게 여기면 인생길에 좋은 도반이 될 것입니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셋째 길은 ‘일상생활’을 통해서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실패를 반복합니다. 아기가 걷기까지 이만번의 넘어짐을 거친다고 합니다. 넘어지는 실패를 거듭하여 걷게 되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실패는 인간의 삶속에 새겨진 언어입니다. 실패없는 인생이라는 말은 실제적으로는 없는 말입니다. 일상생활 그 자체가 수없는 넘어짐, 실패, 아픔, 고통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상생활을 통해서 인간은 변화합니다. 부자되고 싶은 욕망만 남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큰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정돈할 필요가 있고, 깊게 사람을 만나고, 경전을 가까이 하는 길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십자가신학은 고통을 통하여 새로운 인간이 된다는 믿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대다수의 종교의 가르침은 고통과 실패를 통하여 인간이 변화한다는 데 주목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상생활 그 자체가 수행입니다.
성찰없이 일상생활을 보낸다면 변화가 오지 않고 고통으로 주눅들게 됩니다. 길게 보고, 깊이 보는 일상생활을 즐겁게 보낸다면 패배주의에 물들지 않게 되어 자신을 학대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유낙준 주교(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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