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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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분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7-09-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전쟁이 나면 많은 문화재가 파괴됩니다. 약탈해 가기도 하지요. 6·25 한국전쟁 역시 다를 바 없었지요. 인천상륙작전 이후, 도주하던 북한군 빨치산이 사찰로 숨어들자, 토벌작전을 벌입니다. 초토화 된 문화재가 허다합니다.

지리산 토벌대에 쫓긴 북한군 900명이 가야산으로 숨어들지요. 해인사를 아지트로 사용합니다. 1951년 12월 18일 폭격 명령이 떨어집니다. 지휘관은 보급품 저장소만 공격하고 그냥 기수를 돌립니다. 차마 불태울 수 없었던 소중한 팔만대장경(이하 대장경). 전시에 항명은 총살도 무방하지요. 목숨 걸고 지켜낸 것입니다. 그가 당시 대령이었던 김영환 (1921.1.28 ~ 1954.3.5)장군입니다.

군사재판에 회부되나 이전 공훈으로 처벌은 면하는데요. 안타깝게 전쟁이 끝난 직후 유명을 달리합니다. 제10전투비행단 창설기념행사 참석차, F-51기로 사천기지에서 강릉기지로 가던 중, 기상 악화로 동해안 묵호 상공에서 그만 실종됩니다. 한국전쟁 공군 전투조종사를 그린 영화 『빨간 마후라』, 보신 분들이 있지요? 바로 김영환 장군 이야기가 바탕입니다.

대장경은 태생부터가 어려웠지요. 현재, 해인사에 전하는 대장경은 2번째 만들어진 것입니다. 첫 번째 대장경은 몽골 침입으로 불 타 없어집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인쇄본 일부가 남아있을 뿐입니다.



공적비ggg
해인사 경내 김영환장군 공적비


없어질 위기가 더 있었지요. 문화국가 행세에 대장경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일본이 능력은 되지 않으면서, 국가 품격을 높이고자 대장경을 요구합니다. 무려 80여 차례나 사신을 보내왔다는군요. 그때마다 인쇄본을 주어 무마했답니다.

1592년엔 임진왜란이 일어나지요. 약탈당하거나 소실될 위기였습니다. 해인사에 진입하려는 왜군을 승병과 의병이 막아 냅니다. 그들 활약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에 가면 '경기전慶基殿'이 있지요. 태조 이성계(李成桂, 1335~ 1408.5.24)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어용전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유재란 때 소실되어, 1614년 관찰사 이경동(李慶仝, 생몰미상)이 중건합니다. 경기전 안에 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사고史庫가 있습니다. 지혜로운 선조들이 실록을 편찬할 때마다 서울 춘추관, 충주와 성주사고, 전주사고에 각 1부씩 보관 하였답니다. 사고에 대비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임진왜란 때 불타고 천만다행으로 전주사고 실록만 남습니다.

왜군이 금산에 이르렀다는 말을 듣고, 태인 선비 안의(安義, 생몰미상)와 손홍록(孫弘祿, 생몰미상)이 실록과 태조 영정을 내장산으로 옮깁니다. 다음해 7월 조정에 인계할 때까지 14개월 동안 무사들과 지켜내지요. 조정에서 사관을 파견, 해주, 강화, 묘향산 등지로 옮겨 다닙니다. 이후 실록원본과 교정본, 새로 출판한 3부를 합해 5부를 서울 춘추관과 마니산, 태백산, 오대산 사고에 봉안합니다. 전주사고 실록 원본은 오대산에 보관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은 1,894권 888책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조선 태조에서 철종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편년채로 기록한 책입니다. 국보 151호로 지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1997년 10월 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됩니다. 정족산본 1181책, 태백산본 848책, 오대산본 27책, 산엽본 21책, 총 2077책 모두 지정되지요. 안의, 손홍록 두 분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빛을 볼 수 없었겠지요. 빛날 수도 없겠지요.

문화재를 지키고 전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위대한 선현들이 긍지와 자부심, 경이로움을 갖게 합니다.

경희대 이만열 교수(Emanuel Pastreich, 1964 ~ )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등을 출간하여 우리를 일깨웁니다. 섬뜩할 만큼 예리한 지적이 많더군요. "문화 전통을 완성하지 못하고 공백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서구문화를 비이성적 수준으로 미화하고 개발과 외교, 안보뿐 아니라 도시계획과 설계에서까지 자체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게 힘들어졌다." "한국은 엄청난 전통과 역사를 지닌 나라인데 그것을 살리지 않고 어떤 때에는 외려 부끄러워하고 하찮게 여길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점점 없애고 있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는 한국인" "외국에 의존하는 한국 지식인" 등 뼈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중용中庸에 역사를 중시하지 않는 민족은 존속할 수 없다, 역사는 국가존속의 기반이라 했습니다.

잊지 말아요 우리역사, 앞장서 지켜요 문화유산.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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