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얼어붙은 내포 신도시 열병합 발전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얼어붙은 내포 신도시 열병합 발전

  • 승인 2017-09-20 12:33
  • 수정 2017-09-20 18:02
  • 신문게재 2017-09-21 23면
  • 최재헌 내포 본부장최재헌 내포 본부장
최재헌

태풍 전야 인지, 찻잔 속 태풍인지 모르겠다. 충남도청이 옮겨온 내포 신도시 주민들은 출퇴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평균 두 차례씩 마주하는 서류 하나가 생겼다. '동절기 열 공급 차질이 우려 된다'는 열 공급 회사의 문서가 게시판에 걸려있다. '엄포 혹은 협박용'인 것도 같고, '실제상황'인 것도 같은 것이, '북한 핵미사일' 시험발사 소식과 닮았다. 실제 열 공급 중단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지, 내포 주민들은 아직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다.

내용은 이렇다. '내포신도시 집단에너지 시설 공사 계획 승인 및 인가 지연으로 인한 동절기 열 공급 차질 예상에 따른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서류다. 쉬운 말로 바꿔 보았다. '내포 신도시 주민들이 사용하게 될 따뜻한 물과 따뜻한 방을 위해 쓰일 열을 생산해 내기 위한 발전소 공사를 허락받지 못하고 있어, 추운 겨울을 알아서 대비하세요'라는 뜻쯤 되려나. 발전 사업자는 친절하게도 열병합 발전소로 불리는 공사가 지연될 경우 1만여 세대( 주택용 9272세대, 공공용 1191세대)가 겨울철 찬물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준다.

현재 임시보일러를 가동해 공급하고 있지만, 연말 준공예정이던 발전소 건설이 중단되면서 열에너지 제한공급 및 중단조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면서 원활한 열 공급과 대책 마련에 협조해 달란다.

뭘 협조해 달라는 거지?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게 뭐지? 그동안 SRF 방식의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동조하지 말라는 뜻인가? 한겨울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할 수도 있으니, 끓여서 사용할 큰 물통을 들여놓는 게 좋다는 뜻인가?



SRF(폐기물 고형연료) 방식의 열병합 발전.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쓰다 버린 쓰레기를 태워 발전하는 것이다. 내포신도시 열병합발전은 SRF 방식과 천연가스(LNG)방식이 2대8의 비율로 적용될 예정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 건설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는 100% LNG 방식이다.

초기 신도시 입주민들의 내락(?)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후 전입한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졌고, 충남도와 사업자만 사면초가에 몰렸다. 결국, 안희정 지사는 전면 재검토라는 입장 표명을 했고, 전력수급의 권한을 가진 산업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친환경에너지로 모두 대체할 방안을 찾아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비용과 행정적인 후속 대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신도시 내 열 병합 발전소 건설은 중단됐고, 열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얘기한 서류 한 장이 발전 사업자의 처지에서는 '정당방위'의 몸짓으로 항변하고 싶겠지만, 주민들에게 할 협박(?)이라면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 발전 사업자 자신들도 법에 따라 진행해오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충남도에서 사업방식을 바꾸라고 하니, 답답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자칫 그동안 투자해 놓은 막대한 돈이 날아갈 판이다. 그래도 주민들을 볼모로 한 배수진의 협상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 주민들의 공분만 높이는 꼴이다. 당장에라도 곳곳에 붙인 협박용 문서를 떼고, 충남도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대책을 연구해야 한다. 발전 사업은 공익적인 성격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5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충남도의 실책이 가장 크다. 잘못된 첫걸음이 충남도의 신도시 에너지 정책의 발걸음을 계속 꼬이게 만든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지방분권을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쳐온 안지사가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꼴이 됐다. 후속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올겨울 찬물로 샤워하고 싶지는 않다. 설마가 사람 잡지 않길 바란다.

 

<최재헌 내포 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